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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데 신경 쓰지 말고 말씀을 들어라

2013. 7. 22.

 

은퇴한 뒤 시골살림을 여러 번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그리 살 수 있겠는지 보러

몇몇 부부가 어울려 시골 친구네 집으로 가기도 합니다.

 

내려간 친구들을 앉혀놓고 주인 부부는 고기, 생선들을 굽고,

직접 기르거나 채취한 푸성귀를 대접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맛있는 식사가 거의 끝나서,

주인 부부가 밥과 국을 들고 들어올 때쯤이면 이미 자리는 파장입니다.

 

결국 시골 이야기는 하나도 못 듣고, 늘 만나는 서울 친구들끼리,

늘 하던 얘기만 하고 돌아오게 마련입니다.

동요 ‘세수하러 갔다가 물만 먹고 오지요’ 와 똑같은 스토리입니다.

 

 

잔치에 자주 찾아가시던 예수님도 비슷한 경험을 하십니다.

 

38 --- 마르타라는 여자가 예수님을 자기 집으로 모셔 들였다.

39 마르타의 동생 마리아는 주님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40 그러나 마르타는 갖가지 시중드는 일로 분주하였다.

     그래서 예수님께, “주님, 제 동생이 저 혼자 시중들게 내버려 두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 저를 도우라고 동생에게 일러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41 주님께서 마르타에게 대답하셨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42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루카 10,)

 

 

예수님은 열심히 음식을 장만한 마르타의 편을 들어주지 않고,

발치에 앉아 말씀을 듣는 마리아 역성을 들어주십니다.

 

왜 수고한 마르타가 고맙지 않았겠습니까?

예수님을 질시하는 많은 눈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예수님을 모시는 그 믿음을 왜 가볍게 생각하셨겠습니까?

 

마르타는 이 모임의 개념을 잊은 것입니다.

예수님은 복음을 전하고, 제자들을 훈련시키려고 이 자리를 마련한 것입니다.

더구나 그런 기회가 얼마 남지 않은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런데 마르타는 음식을 들여오고, 갖가지 시중을 드느라고

모임의 분위기를 산만하게 합니다.

그리고 마리아를 내보내달라고 투정까지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기본’에 충실할 것을 말씀하십니다.

‘먹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말씀 듣기’의 중요함을 강조하십니다.

 

우리의 일상이나 여러 모임에서 이처럼 본말이 뒤바뀌는 일은 없습니까?

‘개념’과 ‘기본’을 잊지 않도록 늘 마음을 다잡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