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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쉬운 가톨릭 안내 - 052 종신 부제 (終身副祭 Permanent Deacon)

한 남루한 사나이가 성당엘 들어갔다.
이를 본 부제가 사내에게 물었다.
‘저희 성당엔 무슨 일로 오셨는지?’
사내가 말했다.
“제가 형편이 좀 어려워서요. 그래서 일자리를 얻으려고
저쪽 성당에서 하느님께 기도를 드렸더니 여기로 가 보라고 응답하시더라구요.”
부제가 부드럽게 제안했다.
‘다른 성당엘 가서 다시 한 번 기도해 보시지요. 혹시 다른 응답이 있을지 모르니까요.’
며칠 후 사내가 다시 성당에 나타나 부제를 만났다.
‘호오, 이번에는 무슨 응답이 있었나요?’
“네, 제가 다른 마을 성당에서 기도를 드렸지요.”
‘그랬더니요?’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한 번 부탁하고 그만두면 안 되느니라. 계속 두드려라.
나는 몇 년 동안 그 성당엘 찾아갔는데, 아직도 못 들어가고 있단다.”


가톨릭의 사제가 되려면 신학교를 졸업하고 사제 서품을 받아야한다.
그런데 이 신학생들이 졸업하기 1-2년 전에 ‘부제 서품(副祭敍品)’을 받는다.
그리고 졸업한 뒤에 사제서품을 받고 정식으로 사제가 된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부제(副祭)의 의미이다.

그러나 위에 설명한 부제는 ‘잠정적 부제 Transitional Deacon’을 말하는 것이고,
이 이외에 일생을 부제로만 봉사하는 ‘종신부제 Permanent Deacon’라는 직위가 있다.
가톨릭교회의 세 가지 교계는 주교, 사제, 부제인데,
이 부제에는 이렇게 두 종류가 있는 것이다.

부제의 역사는 기독교의 역사만큼 깊다.
사도행전에 따르면 사도들은 자신들을 도울 7명의 보조자(디아코노스)를 임명했는데,
그들을 부제라고 한다. 디아코노스란 일꾼, 행정가를 의미하는 헬라어이다.
최초의 순교자였던 성스테파노가 첫 부제 중 한 분이었으며, 순교자였던 성라우렌시오,
아씨시의 성프란치스코 역시 부제였다.

1세기 이후, 교황 클레멘스 1세 시대에 부제는 주교를 보좌하여 광범위한 일을 하였다.
이후 부제는 각 교구 당 7명으로 국한 시켰으며, 이 전통이 이어져 현재에도
주교급 추기경이 교구장인 7개 교구가 교황을 직접 보좌하고 있다.

중세기에 이르러 부제직은 직무수행이 점점 제한되어서 전례상의 기능과
사제가 되기 위해 잠정적으로 거치는 부제 과정밖에 없었다.

수세기 동안 중단되었던 종신부제 제도는 1962년에 열린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결정으로  
부활되었다. 2차 바티칸 공의회 후, 교황 바오로 6세는 1967년 ‘거룩한 부제직’이라는
‘자의 교서(自意敎書)’를 통해 종신 부제직을 부활시켰다.
교서에 의하면 종신 부제직은 3년간 수업 후 서품되며, 미사 집전, 견진, 고해, 병자,
성품 성사를 제외한 영성체, 병자 영성체, 강론, 혼인 성사, 장례 예절 등의 직무를 수행한다.
오늘날에는 각 교구장의 재량에 따라 교구별로 3 - 5년간의 종신부제 양성과정을
실시하고 있다.

미혼자가 종신부제가 되려면 25세 이상이어야 하고, 성품을 받은 후에는 결혼할 수 없다.
기혼자는 35세 이상이어야 하고, 반드시 부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만일 부인과 사별할 경우 재혼할 수 없다.

미국의 종신부제 양성 과정 중에는 대부분의 수련과정에
배우자가 함께 참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곳도 있다.
부제는 직업이 아니고 삶 자체이므로,
배우자가 그 삶의 한 몫을 차지해야 한다는 취지에서이다.
소수의 교구는 부제 수련생의 자녀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종신부제의 공식 은퇴 나이는 75세이다.
주교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면, 주교는 신체적 정신적 건강 상태를 고려해서,
은퇴를 허락하거나, 계속해서 봉사할 것을 명한다.

2005년도 교황청 통계에 의하면, 평신도 종신부제는 전 세계에 33,400여명인데,
북미, 주로 미국에 16,000여명이고, 남미, 주로 중앙 아메리카에 6,000여명이며,
유럽에 11,000여명, 아시아, 주로 동남아에 140여명이며, 호주에 230여명이다.  
대륙마다, 나라마다, 연도마다, 종신부제 수의 증감 편차는 상이하나,
대략 매년 1,000여명씩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종신부제직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평신도 선교사가 일하고 있는 공소가 여럿 있으며,
외국에서 부제품을 받고 우리나라 공소에서 봉사하는 분들도 계시다.  

오늘날 같이 사제가 부족한 때에 부제의 역할은 더 없이 중요하며,
평신도 종신부제 지망자의 증가는 바람직한 일로 여겨진다.

<馬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