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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쉬운 가톨릭 안내 -101 내 마음의 성인들

 

마더 플로라가 프란체스코수녀회 총장인 큰 언니와 함께 방한한 일이 있었다.

총장 수녀는 한국이 초행길이었다.

나는 우리나라의 문화를 소개하고 싶었다.

강남의 한정식 집으로 모셨다.

가지가지 반찬을 조금씩 담아내, 우리 음식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어서

그 집을 예약한 것이다.

 

반찬이 다 나오고 식사가 시작되려하자 마더가 접시 수를 세기 시작했다.

‘원, 투, 쓰리 --- 투엔티 쓰리.’

간장, 쌈장, 양념장에 밥까지 다 센 숫자다.

마더의 얼굴이 흐려졌다.

 

‘마르띠노, 너 이렇게 밥 먹니?’

나는 무슨 말씀을 하려는지 바로 눈치 챘다.

‘너, 내가 하루에 몇 명 밥 먹이는 줄 알지?’

“네, 4백여 명 됩니다.”

‘밥값이 얼마 정도 들까?’

“2백 달러 쯤이요.”

‘잘 알면서 이 밥은 뭐냐? 4백 명 먹일 밥값을 한 끼에 쓰느냐?’

“절대로 그렇지 않아요. 총장님 오셔서 특별히...”

구차하게 변명하고, 다시는 그런 데 안 모신다고 서약을 하고서야

식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날의 진땀은 다음번 필리핀 방문 때 마닐라 수녀원에서 바로 갚았다.

수녀 30여명과 단 한 명의 남자인 내가 점심을 먹는데,

마더가 ‘마르띠노 좋아하니까 이태리 치즈 가져와’ ‘이태리 포도주도 내 오고’

하시면서 성찬을 진설하는 것이다.

 

“마더, 늘 이렇게 잡수셔요? 담 밖의 가난한 이들도 생각하셔야지요!”

관구장을 야단치는 내 모습에 수녀들이 일순 얼어붙었다.

마더가 ‘마르띠노의 복수’임을 설명하자 식당이 온통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때 마더 플로라는 한국에 양로원을 세우기로 작정하고

총장 수녀의 재가를 받으려고 모셔온 것이었다.

필리핀에 돈이 있을 리 없으니, 마더는 이태리 본부에서 돈을 뜯어오고,

친지들에게서 성금을 걷어왔다.

그러나 땅을 사고 건물을 짓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경남 창원시의 부지를 계약금만 내고 얻어, 외상으로 공사를 시작했다.

세계 10여위의 경제 대국에 외국의 기부금으로 양로원을 짓다니,

자존심이 좀 상하는 일이었다.

‘나는 한국도 모르고 건축도 모르니, 네가 좀 알아서 도와다오.’

마더 플로라는 간곡하게 부탁했다.

 

 

어렵사리 양로원 ‘마음의 집’이 문을 열었다.

주위 사람들이 도와주어 나도 한 구텡이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문체부 장관을 역임한 김영수형, 공민배 당시 창원시장, K 은행 김영래 영남 본부장,

보건복지부 이동모 아우, 건설을 맡았던 S 건설 이종성회장 등에게 감사한다.

 

 

훌륭한 4층 건물의 ‘마음의 집 - http://casamaum.co.kr/’에는 지금

11명의 할머니들이 입주해 있고,

60여명이 주간 보호를 받거나, 노인대학에서 활동하고 있다.

심 다니엘라 수녀를 비롯해서 여러 나라에서 온

일곱 명의 수녀들이 할머니들을 돌보고 있다.

 

 

아멜리오 신부 -01.jpg

 

<아멜리오 신부와>

 

 

 

아멜리오 신부 (Fr. Amelio Troietto)도 마음의 집에서 만났다.

이태리 사람인 아멜리오 신부는 외과의사이기도 하다.

필리핀의 오지 사마르 섬(Mother Flora 이야기-1에 레이테 섬으로 잘못 썼다가

사마르로 수정했음)에 1인 병원을 짓고 섬 전체의 환자를 돌보고 있었다.

사마르의 더 오지인 프란체스코 복지관에 급한 환자가 생기면

수녀들은 아멜리오 의사 신부에게 왕진을 부탁했고

아멜리오는 여러 시간을 달려가 환자를 돌보았다.

 

여러 해 교류하는 동안에 아멜리오는 마더와 수녀들의 헌신에 감동해서

자기 관할 수도원에 청원했다.

사마르에서 마더 플로라의 지휘 아래 평생 사목과 진료를 하게 해 달라고.

허가가 떨어져 그는 지금 홀로 병원을 지키고 있다.

 

 

의료 기구와 약품이 태부족인 이 병원에서,

섬 전체의 모든 질병을 혼자 담당하는 그의 모습이,

내 눈에는 아주 크고 멋있게 보였다.

 

마더 플로라는 85세의 몸으로 마닐라 철거민을 위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마더 플로라, 아멜리오 의사 신부, 남을 위해 사는

훨씬 많은 무명의 봉사자들...

이들은 자신의 사업을 자랑하는 일 없고, 매스컴을 장식하는 일도 없으며,

그 흔한 자서전 한 줄 쓰지 않는다.

그냥 묵묵히 자기 일을 하다가 갈 뿐이다.

 

 

내가 아멜리오 신부에게 말했다.

“마더, 당신, 이름 모르는 봉사자들, 이들이 진정한 성인이요.”

아멜리오 신부가 대답했다.

‘세상은 앞에 나서서 떠드는 사람들이 이끄는 것이 아니라,

 말없이 조용하게 자기 일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이에요.

 나는 그들이 성인이라고 생각해요.’

 

그 또한 옳은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마음속으로 다시 한 번 확언했다.

“그래도 당신들은 성인이야.”

 

<馬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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