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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7 15:40

Do it right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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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it right now!

2022년 6월 산우회 모임 공지(公知)가 떴다. 과천 서울대공원이다. 카톡 단체방에 공지가 뜬지 며칠이 지나도 참가하겠다는 회원들의 댓글이 보이질 않는다. 과거 천곡이 산우회 회장시절 참가자가 점점 줄어들어 속태우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산우회 뿌리회원으로서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산우회장 여범 이원구의 속타는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이번에는 참가해서 여범의 마음을 달래 주어야 한다.

지난밤 비가 와서 한결 깨끗해진 거리가 산뜻하다. 집을 나서는데 부슬비가 내린다. 아직 비가 그치질 않은 것인가? 만일을 생각해서 작은 우산과 우비를 배낭에 넣고 출발하긴 했지만 막상  부슬비가 내리니 귀찮다. 작은 우산을 꺼내 펼치고 걸음을 재촉한다. 천곡이 사는 야탑에서 과천 대공원역까지는 지하철로만 한 시간이 걸린다. 대공원역에 도착하여 대합실 화장실 입구에서 이원구 회장을 만났다. 반가웠다. 천곡으로부터 산우회 회장직을 인수받아 열심히 봉사하고 있다.

2022년 6월16일(목) 오전 10시.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은 머리 허연 어르신들로 붐빈다. 이원구 회장이 가리킨 곳에는 김대진, 김상열이 이미 도착해 있고 천곡과 함께 참석하기로 한 이태극은 얼굴이 보이질 않는다. 바로 전화가 온다. 이태극은 이미 지상에 나가 있다. 더 이상 참석자가 없으니 바로 출발하자고 지상으로 나오니 박현수가 조금 늦겠다고 전화가 오고, 안녹영이 막 지상으로 얼굴을 내민다. 모두 7명이다. 이원구 회장은 날씨도 좋지 않고 카톡 방에 참가 댓글을 올린 회원도 별로 없어서 적은 인원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많다며 얼굴에 화색이 돈다. 천곡은 그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IMG_2426.jpg

대공원 앞에서 참가자 전원 증명사진 시간이다. 왼쪽부터 박현수, 김상열, 안녹영, 박인순, 김대진, 이원구, 이태극 모두 7명이다.

 

천천히 대공원 입구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청림 안녹영이 둘레길도 좋지만 내부 순환길도 걸어 보자고 제안한다. 천곡도 둘레길은 수 없이 와 보았으니 내부 순환로가 어떤 지 궁금하다. 내부 순환로를 돌기로 한다. 청림이 갑자기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며 둘레길을 걷자고 방향을 바꾼다. 천곡이 이왕 가기로 한 것 한번 가 보자고 청림 입장권은 천곡이 부담할 터이니 들어가자고 한다. 그러면서 바로 Ticket 판매소로 가서 천곡이 자기  운전면허증을 제시하며 7명 Ticket을 달라고 한다. 바로 받아 입장한다. 전혀 문제 없이 통과다.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오지 않았어도 이제 우리는 우리 얼굴이 주민등록증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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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포장된 도로를 누구는 운동화로 누구는 등산화로 걷는다. 그래도 산우회인데 등산화는 신어야 하지 않겠는가? 걷는 자세들이 가지 각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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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은 한참 사랑에 빠져 있다. 긴 털을 마음껏 펼치고 암컷을 유혹한다. 한 놈은 왕따를 당해서 철조망 위에서 관람객들에게 먹이를 구하고 있다. 호랑이는 물가를 서성이며 영역관리를 하고 있다. 수 없이 오줌을 싸댄다. 잘 생겼다...

 

내부순환로는 동물원 관람 루트다. 각종 동물들이 적당한 우리에 갇혀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신기하다. 어릴 적 창경원 동물원에 가 보았을 때의 감정이 되 살아난다. 동물들은 관람객에 대해서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자기들의 볼 일만 보고 있다. 그동안 일만 하던 우리가 이제 여유를 갖고 TV에서 보던 동물들을 자세히 직관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놀란다. 공작새 수컷이 암컷을 꼬시느라 날개를 최대한 펼치고 춤을 춘다. 암컷에게 세를 과시하는데 암컷은 시큰둥 반응이 없다. 호랑이는 물가에서 영역관리하느라 정신 없다. 바깥 인간 세상에 대한 관심은 없어 보인다.

조금 걸었는데 정자에서 쉬자고 털썩 주저 앉는다. 지난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뇌 속 저장 장치에 들어가 있는 옛 파일에서 파편들을 끄집어낸다. 여기저기 파편 조각들이 흩어져 있다. 파편조각들을 모아 짜깁기를 하는데 잘 맞지 않는다. 퍼즐이 맞혀지지 않는다. 길이와 각도가 다 틀려 맞추기가 쉽지 않다. 자연히 이야기가 끊긴다. 공동 분모가 없으니 순열 조합으로 모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파일 파편은 자꾸 나온다. 그것이 서로 맞추어지든 말든 자꾸 끄집어낸다. 사방에서 사운드가 서로 교차한다. 볼륨이 점점 커진다. 한참 지나서야 가자고 일어선다.

 

이러한 퍼즐 맞추기 게임을 서너 번 한 후에야 출발했던 원점에 도착한다. 걷는 속도도 각기 달라 선두 그룹은 한참 기다려 후위 그룹과 합친다. 걷다 섰기를 반복한다. 그래도 6 km 이상을 걸었다.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등산화를 신고 걸었다. 천곡은 아침에 가벼운 운동화를 선택했다가 비가 올 것 같아 등산화로 갈아 신었다. 발이 묵직하고 발목이 시근거린다. 며칠 전 남한산성 남문에서부터 분당 야탑동까지 약 15km를 걸었을 때에도 이런 묵직하고 불편한 감은 없었다. 피로도가 다르다. 산길은 오래 걷고 나면 오히려 시원할 때도 있다. 다만 근육이 조금 힘들어한다. 잔뜩 찌푸린 날씨가 오히려 걷기엔 좋다. 우물쭈물 거리기 보다는 밖으로 나와 가벼운 운동을 하면 그 뒷 맛은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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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우회 회장인 여범 이원구(왼쪽)와 박현수 명예교수가 뭔가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야기를 끊을 수 없어 그냥 셔터를 눌렀다.

 

돼지 갈비는 소주와 궁합이 맞는다. 지하철 4호선 경마공원 인근에 있는 이 음식점은 초입부터 돼지 갈비 냄새가 진동한다. 주차장 만 차가 이 집의 위상을 알려준다. 먼저 식사를 마치고 나온 사람들은 하나 같이 이를 쑤시고 있다. 음식점 안으로 들어가니 빈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좌석이 남아 있다. 운동 후의 막걸리는 우선 목을 추기는데 제격이다. 막걸리 한잔으로 식도를 확보하고 양념으로 잘 숙성된 돼지 갈비를 숯불에 구워 소주 한 잔과 함께 먹으면 그동안의 피로는 눈 녹듯 사라진다. 그런 데다 친구들이 따라주는 술잔은 우정으로 넘쳐난다. 퍼즐 맞추기 게임은 잠시 중단이다. 숨을 죽이며 먹어 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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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녹영(왼쪽)과 김상열은 세상에 부러운 것이 없는 것 처럼 즐겁게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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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진도 빠질  수 없다. 돼지 갈비를 많이 먹고 이 집의 또다른 특별 메뉴 호박죽을 기다리고 있다. 돼지 갈비와 호박죽... 왠지 궁합이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호박죽이 입 안에서 살살 녹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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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계속되는 강행군으로 백인 이태극과 천곡 박인순은 얼굴이 많이 상했다. 청계산 정상을 꼴깍 넘어 과천으로... 남한산성 남문에서 분당 야탑동까지 한 번에 15~16 km를 넘나들며 산행을 하고 있다. 한번 마음 먹으면 그냥 실천에 옮긴다. 우리에겐 내일이 없다. Do it right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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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컷 먹고 마시고 음식점을 떠나기 전 한 컷했다. 운동 후 식사는 그냥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친구들과의 우정은 우리 정신을 맑게 한다. 

 

지하철 4호선 배차간격이 다른 지하철 노선보다 좀 더 긴 듯하다. 방향이 다른 청림 안녹영만 일행과 헤어지고 다른 사람들은 사당역 방면으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열정 김상열이 오늘따라 유별나게 우리와 좀더 파일조각 퍼즐 맞추기 게임하기를 원한다. 경마공원역에서 한 정거장만 가면 선바위역인데 그곳에 커피집이 있다며 자기가 호스트하겠다고 조른다. 일행 누구도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방금 전 음식점에서 백인과 천곡이 자판기에서 커피를 배달하여 맛있게 마셨기 때문이다. 이러는 사이 열차가 도착하고 선바위역에서 일행은 내렸다. 커피집에서 퍼즐 맞추기 게임은 계속되고 게임은 9회말이 되었는데도 끝나지 않는다. 누가 이 게임을 마치게 할 수 있을까?

이제 우리는 조금만 세월을 보내면 ‘초고령자’로 취급 받는다. 아니 벌써 ‘초고령자’인지도 모른다. 해방 전후에 태어나서 한국전쟁을 거치고 4·19, 5·16 혁명기를 지나 고도의 산업발전사회에서 앞만 보고 뛰어 왔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으며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우리는 그 보상으로 평균수명이 길어졌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다 보니 몸은 건강한데 특별히 할 일이 없다. 젊은이들은 어른신들은 집에 계시라고 한다. 나서지 말라고 한다. 어르신들은 남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 지혜를 짜야 한다. 책을 보려고 하니 눈이 침침하고 조금 지나면 졸린다. 그렇다고 딱히 할 일이 없다. 운동만이 가장 좋은 방안이다. 각자 자기 체력에 맞는 운동을 찾아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결심했으면 바로 실천에 옮기는 것이 상책이다. 우리에게 ‘나중에’는 없다. ‘나중에’ 하고 미루어 두었다가 까맣게 잊어 버리고, 잊은 것이 쌓이면 스트레스가 된다. 스트레스는 우리에게 독약이다.

Do it right now!!!                                                           분당골 야탑산채에서 천곡 박인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