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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숙의 신앙과 예술

 

 

우리의 삶은 신앙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진다.

하루의 말과 생각과 행동 모두를

하느님 보시기에 좋도록 이끌어 나가려는 노력이

가톨릭의 마음가짐일 것이다.

 

그러나 실생활에서는 이러한 기본을 잊기 일쑤다.

세파는 우리의 마음을 산란시켜 망연히 흘려버리고

초점 없는 일상을 만나게 한다.

신앙과 예술의 두 축을 굳건히 딛고 사는

최 소화데레사의 삶이 부러워지는 소이이다.

<한기호>

 

    

신앙과 예술

최이숙 소화데레사

    

 영원으로부터 내려오는 눈 - 최이숙 Mixed media on canvas 128cm x 78cm-01.jpg

                 <영원으로부터 내려오는 눈 - 최이숙 Mixed media on canvas 128cm x 78cm>

 

 

  1995년쯤일 것 같다.

  아이들이 모두 대학에 들어가고 자유로워진 우리는

몇몇 지인들과 함께 국내에 있는 고택이나 유적지 등을 찾아다녔다.

 

  강원도에 있는 굴산사지를 갔었을 때인데

온갖 야생풀들이 무성하게 자란 곳에 거의 3미터 가량 되어 보이는

커다란 돌덩이 두개(당간지주)가 나란히 하늘을 보고 서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그곳 땅을 디디고 서서 긴 세월을 견디어 내면서

묵묵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두텁게 붙어 있는 이끼와 불어온 바람으로 깎여진

당간석의 형상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때 찍은 그 모습을 그림으로 시도해 보았다.

그 자체로는 좋았으나 그것만으로 작품이 되는 것이 아니여서

몇 년에 걸쳐 해보고 또 해보고 그러다 포기하고 처박아 두었던 것을

엊그제 캔버스를 찾다가 보여서 꺼내 놓고 다시 시도해 본다.

조금만 더 나아가면 될 것 같은데 길이 보이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간절한 기도가 나온다.

  주님! 이 그림 완성하게 도와주세요.”

  그렇게 기도하고 마음 편안히 그리는데

! 이렇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성가 117

깊은 침묵 속에 간절한 기도를 성부께 드리시네.” 성가가 흘러 나온다.

 

 

 “지극한 근심에 짖눌리는 예수 올리브 동산에 깊은 침묵 속에

간절한 기도를 성부께 드리시네.

성부여 구하오니 이 잔 거두소서.”

  내 입에선 계속 깊은 침묵 속에 간절한 기도를

깊은 침묵 속에 간절한 기도를이 계속 나온다.

 

 

   

예술과 신앙 - 최이숙 Mixed media on canvas 97cm x 162cm-02.jpg

    <예술과 신앙 - 최이숙 Mixed media on canvas 97cm x 162cm>

    

 

  그림을 완성하고 보니 이 그림이 내 삶의 두 축을 이야기하는구나 싶다.

  내가 결혼하고 아이들 조금 큰 다음

나 자신을 찾으려고 하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그림에 빠지게 되니 살림도 건성건성 하게 되고

여기저기 구멍이 나고 나의 마음도 내 안에 갇히게 되어

마음이 좁아져 가고 삶에 회의가 오고 우울한 날들이 많아졌다.

  탈피하면서 신앙 안에서 위로를 찾고

매일 미사 참례하고 렉띠(영적 독서)를 하며

하느님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이십여 년 지나고 다시 그림과 도자기를 하게 되고

이제 전시를 준비한다.

  요즈음엔 기도와 묵상은 조금만 하고 있다.

불균형을 느끼나 예술 쪽으로 흐르는 기운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

그대로 흘러가게 두고

조금씩 기도 시간을 더 가져야 할 것이다.

 

(20174. 14 성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