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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雲詩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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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지 못함입니다

 

     月雲 박진용

 

 

     잃으면, 잃은 대로 살겠습니다.

 

     잠을 잃은 밤에는 시를 쓰겠습니다

     풀벌레 소리에 등불 하나 밝히고

     별들의 전설에 밤새 기울이다

     새벽이 오면 이슬에 젖은 장미의 향기를 맡겠습니다

 

     말을 잃은 날에는 몸으로 전하겠습니다

     저린 냉가슴은 손으로 덮어 보이고

     젖은 눈시울은 뒤돌아 감아 보이고

     그래도 마음에 설움이 가득하면 하늘을 보겠습니다

 

     벗을 잃은 계절에는 그림을 그리겠습니다

     봄에는 시냇가 물오른 버들강아지

     가을에는 뒷동산 불 붙는 단풍

     흰 눈 쌓인 겨울 들판에는 마른 나무가지 하나를 놓겠습니다

 

     믿음을 잃은 마음의 텃밭에는 다시 씨를 뿌리겠습니다

     조그만 겨자씨 알 깊이 심고

     어느 나무보다 크게 자람을 기다려

     그 큰 가지 그늘에 하늘의 새들이 깃들임을겠습니다*

 

     잃지 못함은 사랑입니다

     사랑만은 잃지 못함입니다

 

     심장의 고동을 잃는 시간에는 당신의 손을 잡겠습니다

     당신의 기억을 품에 안겠습니다

     마지막 작은 숨이 다할 때 까지, 나의 사랑은

     잃지 못함입니다

 

 

 

     [*마르코 4, 31-32]

 

 

 

 

Atachment
첨부 '1'
  • 방지기 2023.10.05 09:01
    '잃어, 하겠습니다.'
    이 아름다운 시에 넋을 잃었습니다.
    시인의 뜻을 마음에 담아 기리겠습니다.
    무올
    <퍼갑니다>
  • 구달 2023.10.07 05:36

    무올,

    항상 곱고 높고 순한 시심으로 읽어주심에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부디, 오래 오래...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 되십시오.


    구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