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올린 번역본의 역자 노트이다.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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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Kenneth Humphreys 가 쓴 “Jesus Never Existed”를 번역한 책이다. 제목이 시사하는 대로 이 책의 주제는 예수의 역사성에 관한 것이고 책의 제목은 사실상 책의 결론을 한마디로 요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인간으로서 예수는 역사적으로 존재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그러나 저자가 단순히 이 결론 만을 도출하려는 의도에 그쳤다면 1천여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논의가 필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종교적 선입감에 함몰되어 있지 않은 이성적 정신의 소유자라면 단지 몇 귀절의 논의만으로 그런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 역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이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방대한 양의 역사적 궤적을 추적하고 있다. 기독교의 발생과정 및 기독교가 발생하게 된 역사적 상황으로부터 시작하여 기독교가 신자들의 영적필요의 충족이라는 본래의 존재이유를 벗어나 세속정권의 통치자를 위한 필요, 혹은 종교산업 종사자들의 세속적 필요성에 맞추어 변질되어 온 그 기만의 역사의 궤적을 추적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 번역서는 제목을 “기독교의 기원과 예수의 역사성”이라고 붙였으나 사실은 이 제목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전체 내용을 아우르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역사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종교의 창시자로 알려진 인물에 대하여 순수히 역사적인 차원에서 연구가 시작된 것은 19세기 초엽 이었다. 이 때에 비로소 모든 분야에 역사적 관점이 도입되기 시작하였고 기독교 내지는 예수에 대한 연구는 특히 독일에서 개신교도들이 “예수”를 연구대상으로 취급하고 이를 시발점으로하여 기독교 기원의 일반적 문제로 연구분야를 확장시켰다고 볼 수 있겠다. 이 책은 과거 200여년간의 연구업적으로부터 얻은 결과를 저자 나름대로 정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기독교 문화권에서 이 책과 같은 기독교에 대한 비판서를 공정한 입장에서 쓰기란 매우 지난한 일이다. 가장 공정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그래서 단 일말의 선입감이라도 배제했다고 주장하는 학자라도 자신이 그 안에서 성장해 온 문화권의 영향을 벗어나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이 그 첫째 이유다. 그래서 객관성 추구에 가장 앞장서고 있다고 자부하는 학자 중에서도 강한 감정적인 선입관으로 그들의 연구에의 열의를 찾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또 다른, 그리고 현실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는 현대에 와서 다소 쇠퇴하는 경향이 있다고는 하나 특히 한국과 미국에서, 아직도 막강한 기독교 기득권 세력으로부터의 압력이다. 한 두세기 전만 하더라도 종교적 선입관을 극복하고 자신의 이성과 양심에 충실하려는 행동은 목숨을 거는 일이었다. 오늘 날에도 이성의 편에서서 진실을 말하려는 시도는 가히 전설적인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견할 만 하다. 비근한 예로 얼마전에 한국에서 티모시 프리크와 피터 갠디가 쓴 “예수는 신화다”라는 책이 동아일보사에 의해 출간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모 기독교 단체로부터 불매동맹의 압력을 받은 동아일보사는 2달만에 그 책을 절판시켰다고 한다. 다행히 그 책은 다른 군소출판사로부터 다시 출판되기는 했으나 이 사례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사실을 말하자면 그 책 조차도 그 주장하는 바가 상당히 조심스러웠다는 느낌이다.
실상 신학계의 일부 소위 주류 신학자라는 사람들은 예수의 역사적 실존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역사적 예수의 실존에 대한 증거는 압도적 (overwhelmingly)으로 많다는 주장을 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주장은 이성적 마음으로 약간의 고찰만 해 보더라도 별 의미가 없는 주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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