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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8 16:47

뚜껑과 마개

조회 수 4473 추천 수 0 댓글 0
***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고 나니 왠지 허전하다.
매일 우리 선수들의 승전보에 박수를 보내고 기뻐하던 즐거움이 사라진 것이다. 특히 우리 야구선수들의 극적인 경기는 우리 모두를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아시아 야구의 맹주를 자랑하는 일본, 아마 야구의 최고봉을 자랑하는
쿠바 그리고 야구의 종주국인 미국까지 무너뜨리고 금 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인구로 보나 국토의 면적으로 보나 보잘것없는 동방의 조그마한 나라가 세계 7위의 스포츠 강국이 된 것이다.
실로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돌이켜 보면 스포츠 분야에서만 세계적이 아니다. 한참 조국 근대화의 기치를 펼치며 산업을 발전시키던 7~80년대의 기능올림픽은 우리 무대였다. 각 분야에서 금 메달을 목에 걸고 김포공항으로 금의환향하던 기능공들에게 우리 모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곤 했다. 정신 없이 달려 왔는데 세계인들은 우릴 보고 ‘기적을 낳은 사람들’이라고 평한다.
짧은 시간에 최고의 경제발전을 이룩한 민족이 세계에는 우리 말고는 없단다.
개발 도상국에서는 우리를 모델로 삼고 우리와 같은 경제발전을 이룩해 보고 싶어한다.
이러한 경제발전의 노하우를 병 속에 담아 [마개]로 막아 세계시장에 내다 팔고 싶다.

*** 경제발전의 한가운데 서 있었던 우리들은 이제 일선에서 물러서 있다.
우리들의 경험과 아직도 남아있는 정열을 넘겨 줄 시간도 없이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어느새 새로운 기술과 환경에 젖어있고 우리들의 경험과 지식은 옛 것이 돼 버렸다.
새것은 헌것에 우선하는 것인가? 젊은이들은 농익은 경험을 외면한다.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그들의 인생에 도움이 되련만 끝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열심히 이야기하던 우리는 멋 적고 서운한 마음에 먼산만 바라본다.
새로운 질서가 우위를 점하는 순간이다.
이미 멀리 가버린 그들의 마음을 잡을 방도는 없는 것인가?
오랜 세월 조국근대화를 위해 쏟은 우리의 정열과 노력을 큰 가마솥에 담아 [뚜껑]으로 덮어
우리 후배들에게 넘겨 주고 싶다.
새로운 기술도 좋지만 선배들이 겪어온 경험과 그 경험에서 얻어진 값진 성과를 후배들에게 올바르게 전하고 싶다.
세상은 또 어찌 변할 지 모르니까……

*** 넘쳐나는 인터넷 정보시대에 살고 있다. 눈에 뜨이는 것이 건강정보다.
오래 살고 싶기도 하지만 살아 있는 동안 건강하고 싶다. 먹거리, 운동, 심지어는 사고방식까지
각가지 아이디어가 넘친다. 그 중에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것이 걷기와 산행이다.
가장 경제적이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다른 운동은 일정한 장소에 가서 기구를 사용하여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또 그에 상응하는 대가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산행은 누이 좋고 매부 좋다. [59 산우회]는 그런 점에서 우리들의 보배다.
매주 청계산을 오르는 ‘토요 자유산행’은 이젠 빼 놓을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중요한 일정 중의 하나가 되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없는 한 전원 출석이다.
각자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여 오순도순 모여 앉아 나눠 먹는 즐거움과 일주일 동안 숨겨 놓은 이야기 보따리를 풀며
깔깔거리고 웃는 일은 최고의 건강관리기법이다.
한 달에 한번씩 떠나는 먼 거리 산행에서도 친구들의 해맑은 웃음과 밝은 미소를 볼 수 있다.
하늘이 내린 최고의 선물이다. 친구, 친구, 친구…… 이 친구들과 영원히 같이 하고 싶다.
그래서 이 친구들을 큰 병에다 넣고 [마개]로 막아 옆구리에 차고 다니고 싶다.

*** 지난 주 청계산 산행에서 [뚜껑과 마개]의 차이를 놓고 친구간에 설왕설래한 적이 있다.
다들 머리가 비상한 친구들이라 각자 자기들 나름대로 정의를 내리고 그 정의에 대해 정당성을 납득시키려 한다.

오랜만에 국어사전의 힘을 빌리면,
[뚜껑]은 1. 그릇이나 상자 따위의 아가리를 덮는 물건
             2. 만년필이나 펜 따위의 촉을 보호하기 위해서 겉에 씌우는 물건
             3. ‘모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 등으로 정의되어 있고,
            예로서 밥 뚜껑, 붓 뚜껑, 쇠 뚜껑 등으로 쓰이고, 동사로는 뚜껑을 덮다, 뚜껑을 닫다,    
            장독 뚜껑을 열다, 그릇 뚜껑에 음식을 덜어서 먹다 등으로 사용한다고 소개되어 있다.


반면 [마개]는 병의 아가리나 구멍 따위에 끼워서 막는 물건이라고 정의하면서,
            예로서 코르크 마개, 마개를 따다, 마개로 막다, 술병에 마개를 하여 보관하다 등으로
            쓰인다고 소개하고 있다.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친구 하나가 이르기를,
“남자는 여자의 마개이지 뚜껑은 아니야!” 라고 소리 지르는 바람에 좌중은 웃음 바다가 되었고,
여학생들은 대부분 고개를 돌리며 애써 웃음을 참으려고 내숭(?)을 떠는데,

한 여학생이
“여자는 남자의 뚜껑이지 마개는 아니야” 라는 바람에 모두들 뚜껑이 열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