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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은 계절마다 맛이 다르다.그래서 우리는 빼어난 명산에 대해 같은 산을 두고도 계절에 따라,  온 산이 새싹과 화려한 꽃에 뒤덮이는 봄에는 <금강산>, 봉우리와 계곡에 시원한 녹음이 깔리는 여름에는 <봉래산>, 일만이천봉이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 장관을 이루는 가을에는 <풍악산>, 나뭇잎이 지고 나서 암석이 앙상한 뼈처럼 드러나고 백설이 만건곤한 겨울에는 <개골산>이라고 다른 이름을 지어 부르듯이.

이번 산행은 예년의 신년 첫 정기 산행이 그렇듯이 겨울산행 이었다.
겨울산행은 여느때보다 챙길 것이 많다. 그렇다 보니 빠뜨리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에피소드ㅡ 하나]
<<언제나와 같이 정신모 등반대장이 산행 목적지에 대한 안내 순서가 되자 ,약간은 쑥스러운 듯
"아침에 스패츠를 찾다가 보니 그거는 챙겨왔는데, 산행안내를 위해 여기저기 source를 뒤져서 준비한 설명자료를 빠뜨리고 왔네요. 기억을 더듬어 전달해 보겠습니다."이래서 잔잔한 웃음을 선사하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K1 출신답게 90%이상 기억을 살려내는 총기를 과시 하였다.>>

요지는 민주지산이라는 산 이름은 민주주의와는 사돈의 팔촌도 되지않고, 산자락"민"자,두루"주"자,갈"지"자에 묏"산"자가 합쳐져서 , 수많은 산자락에 둘러싸인, 즉 첩첩산중의 산이라는 뜻이라나 뭐라나.
추풍령 남서쪽에 위치하여 소백산맥 중앙으로서 백두대간의 일부를 이루며, 능선을 따라
각호산, 석기봉, 삼도봉등 1천m이상의 준봉들로 이어지는 주능선의 길이가 15Km에 이르는 장쾌한 산세를 자랑하며 민주지산 정상은 1242m이다.기억해 둘 만한 것은 충북, 경북, 전북의 3개도가 분기하는 삼도봉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에피소드ㅡ둘]
<<산행 목적지로 향하는 버스가 첫번 휴게소를 경유하고 나면, 시작하는 첫 순서는 김권택 산우회장님의 인사말씀 : 이번은 인사말씀 이라기 보다는 지난 12월 20일 연말 산행후에 있었던, 저 유명한(?) 해프닝에 대한 김회장의 치열한 자아비판을 통해 15년간의 금주와 절제를 깨뜨린 후의 재발방지 다짐이었는데, 이를 듣고난 정신모 대장의 촌평 왈, "별거 아닌 것 가지고 뭐 그렇게 자학적으로 생각할 건 없고, 한 계절에 한번 정도  푸는것도 좋지 뭘 그래."였다.
그리고 나서 악보를 배포한 바, 김회장이 "필"이 꽂혔다던 <님의 향기>였는데, 이 곡을 완전히 자기것으로 소화한 열성으로 시범 가창을 해 주었다.
우리 산우회원들이 항상 느끼는 것 처럼 결론은 "우리 산우회장님은 항상 순수해서 좋아."이다.>>

7시30분에 교대역을 출발한 버스가 산행 기점인 충북영동의 한천마을 "물한계곡" 입구에 도착한 시각은 11시30분 으로 물경 4시간이 소요되어 등산로에 들어선 산행개시 시각은 11시40분.

[에피소드ㅡ셋]
<<이날아침 서울의 기상예보는 금년 들어 가장낮은 영하 9도라 하였는데, 등산 목적지의 기상예보는 최저 영하6도였고,  현지기온을 알아보니 낮기온이 영상2도에 군청 공무원의 어설픈 정보에 의하면 " 최근 눈도 별로 않왔고요, 얼마전에 비가와서 산에 쌓였던 눈도 아마 다 녹았을 것" 이라는 이야기가 전달되자, 반신반의하는 중에도 안심분위기(?)속에  안녹영 총무는"가져오신 스패츠는 착용 안하셔도 될 것"이라는 친절한 announce를 해 주었다. >>

초입의 산행길은 스패츠는 필요없으나 바닥에 내린 눈이 다져져서 아이젠을 착용하는 편이 나을까 어쩔까 하는 정도였으나 등산이라기 보다는 평탄한 산길을 7,8분 지나서 <황룡사>입구를 지나고 계속 평탄대로를 15분 정도 걷고나니 12시5분에 "쪽새골"로 들어서는 갈림길이 나타났다.

여기서부터는 오르막 슬로프를 시작하는 지형이다. 모두들 스패츠와 아이젠 착용.
이 때 안녹영 총무는 "여기서 정상까지 약 2시간 소요되고, 하산에 1시간 30분 정도로 보면 저녁회식 시각이 너무 이른 오후 4시 정도되고 벌써 12시가 되어 배고픈 회원도 있고하니 선두팀이
1시간 정도 올라가다가 자리를 잡아서 중식을 하는 것으로 합시다"라고 했으나 , 12시 30분경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기도 전에 성급한 선두팀은 이미 자리를 잡고 식사시작.
정신모 등반대장 점심을 꺼내며 왈, "걷지도 않고 밥을 먹으려니까 기분이 좀 그렇네.."
옆에있던 회원 왈, "저번에 동강뒤 백운산 갔을 때도 올라가기 전에 밥 먹었잖아."하고 거든다.

12시55분 선두팀 부터 출발, 등산은 시작되었다. 거기서 부터 계곡을 따라 평지나 내리막이 없이 약간은 가파른 오르막길을 30분 정도 치고 올라가 능선에 올라섰다. 능선에 올라서니 비로소 계곡에 갇혔던 시야가 훤히 트이면서 줄줄이 뻗어내린 중간 능선들이 눈에 들어왔다. 13시25분 1차휴식.

10분정도 휴식후 13시35분 출발. 이 때부터 눈쌓인 급격한 오르막 능선길에 달라 붙었다.
여기서 부터는 아이젠과 스패츠 없이는 전진이 힘든 루트인데다가 경사가 심한곳은 몸의 중심을 제대로 잡아야 안전이 확보되는 위험도를 보이기도 하였다.  "뒤에오는 여학생 팀이 어지간히 힘들텐데 괜찮을까 "걱정이 될만큼 가파른 경사에 좁은 등산코스였다.

정상에 연결된 주능선이 가까워 질 수록 쾌청한 날씨 속에 새파란 하늘과 더불어 더할 수 없이 맑은 공기가 힘든 오르막 길을 잊게 해 줄 즈음 우리 선두팀은 벌써 주능선에 올라 서 있었다.
주변을 천천히 돌아볼 여유가 생겼을때, 정상으로 향하는 주능선의 모든 나무들이 가지마다 얼음꽃을 피우고 우리를 맞이하고 있음을 비로소 보게 되었다! 그것은 환상적인 아름다움 이었다!!
가지마다, 아니 모든가지에 매달린 빙화는 낮기온의 따듯함으로 조금씩 녹았다가 다시 빙결된 무수한 방울을 매달고 쾌청한 하늘에 떠 있는 태양빛을 받아 무지개 색갈로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보는 각도에 따라 가지위의 빙화와 방울들은 붉은색, 오랜지 색, 노랑색,녹색, 청색, 보라색에 이르기 까지  찬란한 아름다움을 뿜어내고 있었던 것이다.청명한 날씨와 맑은 공기 그리고 영하의 기온속에 만들어진 투명한 자연의 생성물이 적정한 온도에서 조금씩 흘러내렸다가 멈춘 그 절묘한 시점에 맞추어 당도한 인간들에게 형언할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넌즈시 보여주는 황홀한 순간 이었다!!!
이 경이로운 광경은 민주지산의 정상까지 500여m에 이르는 정상 길에 펼쳐진 장관으로서, 가히 "민주지산은 보석으로 장식한 머리띠를 맨 대자연의 미인"이라고 연상케 하였다.

그러나 , 13시55분 선두에서 산의 마지막 주능선을 따라 정상을 향해 다가가자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며 주변온도는 이미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고 있었다. 산행동안 계속 출렁거렸을 배낭에 달려있던 물병속의 물이 얼어붙어 따라지지가 않는 것이었다.아마도 체감온도는 15도이하 였을 것이다. 순간 뇌리에는 "아뿔싸! 연전에 소백산 겨울 산행 때도 선두에서 정상 접근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매서운 칼바람에 휘둘리면서 뒤에 올라오고 있을 여학생 팀이 무사할까 걱정했던 상황이 재연되는가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능선길은 꼬불꼬불하고 좁은 눈길이었고, 북서쪽으로부터 세찬 바람이 노출된 안면부를 강타하며얼어붙게 하였다.정상을 300m 앞둔 지점에서 이정표를 보고 15분 정도 올라가자 드디어 정상이
눈 앞에 다가왔다. 정상 도착 시각은 14시25분 이었다. 물한계곡 출발시각 부터 2시간45분 소요.
이는 물론 선두팀 기준이다. 평균 소요시간은 3시간15분 정도일 것이다.
정상의 표석 앞에서 앞서 도착한 10명 안팎의 젊은이들 팀에서 물어 왔다.
"혼자 오셨어요? " "아니요, 뒤에 오고 있지요."
" 몇 분이나 오셨어요?" " 22명이 올라 올 겁니다.  "
"우와, 많이 오셨네요."
그러나 정상 주변은 도중에 그렇게 몰아치던 바람은 별로 불지 않았다.
이 또한 자연의 조화로고.. 하고 있을 즈음 본대가 속속 도착 하였고
1차로 도착한 11몀에게 복분자 정상주를 권하고 나니 비로소 정상에 도착한 느긋함이 생겨났다.

민주지산의 정상에서 동남쪽에 펼쳐진 웅대한 산세는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아 있을 장쾌한 모습이었다. 또한 활엽수 잎이 다 지고난 뒤의 능선이 선명히 모습을 드러내 놓고 갈색 나무가지 사이로 흰눈을 품고있는 경관은 우리 조국산천 에서만이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리라.
언제나 변함없이 산행길의 대자연과 산우회원들의 영상을 담기에 여념이 없는 포토 아티스트 명교수가 그 어느 때보다 바빴슴은 물론이다.

여학생팀 과 sweeper팀까지 도착하여 제2진 정상주가 끝나고 기념사진 촬영이 끝났을 때는 어언
15시10분경이 되고 있었다.
하산완료 예정시각이었던 16시는 이미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고, 잘못하면 일몰시간에 쫓길 가능성이 있는 판에 하산 루트에 대한 다소의 혼선으로 정상-->하산 -->정상복귀-->하산 과 같은
시행착오로 15시30분 본격하산 시작 .하산길은 눈쌓인 계단길을 가파르게 내려가야하는 길로
모두가 스패츠와 아이젠의 고마움을 느꼈으리라.
16시30분 1시간 하행후에 휴식을 제안하는 남학생 대원에게 여학생팀이 "우리는 계속 내려 갈테니,쉴사람은 쉬었다가 내려오라" 는 주객이 역전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드디어 하행 길이 끝나고 임도에 내려선 것이 꼬단이라면 꼬단 이었다. 꼬불꼬불한 평지 길을 1시간이나 지루하게 내려와서야 버스가 대기하고 있던 조동휴양림의 입구에 도착하여 17시25분에 산행을 끝내다. 총 산행 시간은 물한계곡으로 부터 5시간45분이 소요되었다.

[에피소드ㅡ넷]
<<예상보다 강도가 높았던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피곤한 몸을 버스에 실은 산우회원들에게 하산주 자리는 산행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헌데 버스로 15분이면 도착한다던 <도리 뱅뱅이> 식당이 30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자, 수군거림이 점차 궁금증으로, 급기야 오늘의 회식을 몽땅 스폰서 하리라 마음먹고 있던 "양반 가문"의 상진부 출신 정학철 회원이 입을 열어 왈,
"안 총무는 안내방송 좀 하시오. " 안 총무 묵묵 부답.... 다시 이어진 김경일, 김상열 회원의 '안내 방송" 요구에 마침내, 안총무가 마지못해 이르기를 "지금 식당 찾아 가는 중이니 조금 기다리시길.."
회원들에게는 이게 웬 엉뚱한 멘트란 말인가로 들렸고, 새로만난 버스기사의 무성의와 어설픔으로 인하여 똑 부러진 답변을 해 줄 형편이 아니었던 안 총무는 또 얼마나 혼자서 열받았을까 하고
생각하면 지금도 빙그레 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

정확히 버스로 1시간 6분이 걸려 찾아낸 저 유명한(?) [가선식당]의 도리뱅뱅, 즉 빙어 튀김은 뱅뱅돌아 찾기는 하였으되 소문대로 감칠맛 있는 안주감이었고, 생선튀김에 이어 나온 어죽 또한 회원 들의 출출한 입맛과 잘 어울려 소주맛을 북돋아 주었겠다!
산행후의 회식은 지난 12월에 아들 혼사를 치른 정학철 회원이 연신 "음식 좀 더 시켜 " 해 가면서스폰서하였다.
사족을 붙이자면, 아침 출발시의 하행길이 4시간을 걸린 기억을 잊지않고 있던 모범생 회원들,
서울에서의 귀가 시간 생각에 더하여 요전번 산행후의 해프닝에 대한 김권택 회장님의 뼈저린(?)자아비판으로 산행길을 시작한 영향 때문 인지 그날의 하산주 회식자리는 산행 역사상 가장 짧은 기록을 남겼다. 6시36분 식당 도착 , 회식후 7시30분 전원 귀경버스 탑승으로 머무른 시간 전체가 단 54분이라는 기록을.
그러나 하행길 보다 훨씬 (서울에 가까운)북쪽으로 올라온 위치에서 출발한 관계로 밤11시가 넘어 도착하리라던 예상을 깨고 2시간40분만인 10시10분에 출발지점인 교대역에 전원 하차 하였다.

[에피소드ㅡ다섯]
<<KBS방송의 토요일 오후 시간대에 여행과 등산 전문가가 마니아들을 위하여 가이드 해 주는 프로가 있다. 하루는 다음과 같은 명언을 들려 주었다.
" 천재는 99%의 perspiration(땀,노력)과 1%의 inspiration(영감,천재성)으로 이루어 진다"고 하 지요? 마찬가지로 " 성공적인 산행은 99%의 사전준비와 1%의 안전감각으로 이루어 진다."고 하면 틀림 없습니다.>>

2008년 1월 16일 신년 산행 참가자는 아래와 같다.

김권택 회장, 정신모 대장및 부인, 안녹영 총무및 부인,
권정현, 김경일, 김상열, 김해강및 부인, 명정수, 민병수및 부인, 백언빈,
송영문, 유근원, 이태일, 정승철및 부인, 정학철, 최상민, 한부영및 부인.
  ( 이상 산우회원 17명+ 부인6명=합계23명 참가)


산행기를 끝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예상치 않은 상황의 연속이었슴에도 탈없이 산행을 마칠 수 있게 함께 역할을 다 해주신 회장단과 회원 모두에 감사하고, 무자년의 신년 행운에 감사하며,
특히 영롱한 보석으로 머리 단장하고 우리 산우회원들을 용납해 준 민주지산에 무궁한 영광 있으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