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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우회 마이산 등반기(33/100산)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새벽 길을 걷는 맛도 별미다.
상쾌한 공기가 코끝을 스치면 정신이 맑아진다.
발걸음도 가볍다. 오늘은 아내가 자진해서 따라 나선다.
나이 들어가며 같이 산행하자고 여러 차례 종용했지만,
그 때마다 이리 저리 핑계를 대던 아내가 오늘은 나를 앞질러 저만치 먼저 간다.

아침 시간은 빠르다.
잠시 눈을 붙였는데 어느새 교대역을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났다고 안 총무가 깨운다.
잠시 쉬어간다며 여유를 부린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한산하다.
2007년 들어 주말로 다니던 산행을 주중으로 바꾸고 처음 나선 ‘월요산행’이다.
한가해서 좋다.
주말은 젊은이들에게 양보하고, 우리는 週中經濟(?)를 활성화하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일 것 같다.
볼일을 보고 다시 버스에 오르니 그제서야 오늘 동반자의 얼굴들이 자세히 보인다.
총 25명, 그 중에 여학생이 6명이다. 반가운 얼굴들이다. 보고 싶었던 얼굴들이다.
권정현, 김경일, 김권택, 김상열, 김진무, 명정수, 백언빈, 송영문, 이동욱, 이태극, 이태일, 정학철, 허영환,
그리고 김해강부부, 민병수부부, 박인순부부, 안녹영부부, 우재형부부, 정병호부부가 그 주인공들이다.
안 총무의 마이산(686m)에 대한 산행안내에 이어, 김권택회장이 인사말을 한다.
4월이면 생각나는 노래가 'April Love'라며 친절하게 그 옛날 우리들 가슴을 울렸던
'Pat Boone'까지 거명한다. 미리 준비를 하는지 한 달에 한번씩 명언(?)을 던진다. 많이 늘었다.

전북 진안군 마령면 동촌리 마이산 남부주차장(해발 325m).
교대역을 떠난 지 3시간 반이 지나 10시가 조금 넘었다. 주차장은 조용하다.
숲 속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나무들이 숨쉬는 소리도 들린다.
시냇물 소리가 갑자기 크게 들리기 시작한다.
버스 행렬에서 쏟아져 나온 초등학생들의 재잘거림이다. 수학여행을 왔나?
조용하던 주차장이 금새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번잡을 피해 일부러 ‘월요산행’으로 바꾸었는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오늘 산행이 걱정된다.
그러나 초등학생들은 이내 탑사 방향으로 접어들어 우리들 등산길과 헤어져 걱정을 덜게 한다.

마이산 입구에 세워 놓은 대형 관광안내판 앞에 일행이 모인다. 안 총무가 코스를 설명한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라 그런지 등산로가 어지럽게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다.
일행이 흩어질 염려가 있어 보인다. 이런 염려는 금당사에 들어서며 바로 현실로 다가온다.
금당사를 거쳐 먼저 산으로 오른 선발대의 꼬리가 보이질 않는다. 그 다음 팀과 허리가 잘렸다.
중간 팀이 길을 잃고 다시 내려온다. 앞 팀과 연결 끈이 끊어진 것이다.
산에 사람이 별로 없으니 이런 일도 생긴다.

비룡대 전망누각은 산 아래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높은 곳에 세워진 누각이다.
사방을 조망할 수 있어 매우 좋다.
암 마이산(686m)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온다. 수 마이산은 암컷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산에는 벚꽃과 진달래가 그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새싹이 돋아나는 나뭇가지들은 기름진 연 초록색을 내 뿜으며 찬란하게 그 빛을 발하고 있다.
너무 현란하여 바로 쳐다 볼 수가 없다.  마치 처녀의 속살을 훔쳐 본 듯하여 이내 눈길을 돌린다. 만물이 소생하는 소리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월요산행’의 진미를 만끽한다. 전망누각은 우리가 독점이다.
음식을 펼치고 나누어 먹는다. ‘영환 오빠표 복분자’도 나온다.

암 마이산은 2014년까지 자연 휴식년이다.
수성암으로 이루어진 산이 너무 많은 인간의 짓밟힘에 무너져 내리는 모양이다.
욕심을 낼 필요가 없다.
코앞에 우뚝 솟은 암 마이산을 왼쪽으로 바라보며 오솔길을 내려 가니 塔寺다.
수 없이 많은 탑을 이갑룡 처사가 오랜 세월에 걸쳐 쌓았다고 한다.
갑사 바로 뒤에 있는 은수사는 갑사에 비해 오히려 더 은은하고 정겹다.
절 정원에 우뚝 자라고 있는 ‘돌배나무’는 꽃이 한창이다. 그 향기가 온 산을 뒤덮고 있다.
섬진강 근원이라는 샘터에서 시원한 물을 마신다.

은수사 대웅전을 오른쪽으로 돌아 계단을 한참 오르니 암 마이산과 수 마이산 사이의 고개에 이른다. 오른쪽으로 오르면 화암굴이다. 오른 만큼 내려가는 계단도 맘만치 않다.
한참 내려가니 북부주차장이다. 일행을 다시 다 만난다.

운동을 했으니 영양보충은 당연지사다. 언제나 그렇듯이 운동은 조금하고 많이 먹는다.
그런데 오늘은 별난 음식을 먹는 모양이다.
전북 진안 향토 전통음식 “애저”다. 돼지인데 애기 도야지인 모양이다.
안 총무의 애저에 대한 자세한 설명에 이어,
지난 2월4일 딸 민화 결혼식에 많은 대원들이 축하해 준 것에 대한 답례로 백언빈 대원이 초대하는 저녁이라는 말에 다들 박수로 다시 한번 결혼을 축하한다.

연한 닭고기를 씹는 듯한 맛이다. 소주를 곁들여 주거니 받거니 를 거듭하다가,
멀리 떨어진 테이블에 있던 김해강 대원이 원정 온다. 소주병을 들고……
정학철 대원에게 술을 권하며 “우리 아버지도 동아일보에 근무하셨어……”라며 말을 걸자,
정학철 대원이 “뭐? 너희 아버지와 내가 동창이라고……?”하며 너스레를 떨자 좌중은 웃음 바다로 변한다.
대원들이 정학철 대원을 “정 노인”이라고 부르는 애칭에 대한 멋진 화답이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도 시원하다. ‘월요산행’ 선택이 절묘하다.
동참하고 싶어도 못하는 대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많은 대원들을 편하게 하니 할 수 없다.
하루 속히 많은 대원들이 동참할 수 있는 날을 기다려본다.
최신 버스다. 노래방 시설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고성능 버스다.
마이크, 스피커, 음향시스템, 무엇 하나 나무랄 것 없다.
더구나 대원들의 명창이 이어지니 버스 안은 그야말로 가요 콘서트다.
서로 모르던 대원들의 노래 실력도 알게 된다.
김경일 대원의 노래 솜씨는 일품이다. 구비마다 넘어가는 맛이 구수하다.
‘정노인’ 의 ‘울고 넘는 박달재’ 도 많은 박수를 받는다.

어느새 궁례동 서울 톨 게이트이다. 3시간이 훌쩍 지나간 것이다.
저녁 8시 30분, 퇴근시간도 지나서 그리 번잡하지도 않다.
버스에서 내리는 발걸음이 가볍다.
술도 멀쩡하게 깼다.
친구들과 아쉬운 이별을 한다.
오늘도 멋있는 벗들과 함께 산행을 한 행복에 대해 감사한다.
이 나이에 이런 행복이 또 어디 있느냐며 친구들의 우정에 또 한번 감사한다.

다음은 그 유명한 ‘동강 트래킹’이란다.

분당골 야탑산채에서
천곡 박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