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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산대학 백산과 제36차 강의-가리왕산(1,561m)

“이번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체력 훈련만 한 것 같아~~~”
버스가 경부고속도로 양재 IC로 접어들자 안녹영 총무가 실토한 말이다.
버스 앞 유리창 위의 시계는 벌써 밤 11시30분을 가리키고 있다.
정말 환갑노인들이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다.
새벽 6시45분 교대역을 출발하여 밤 11시45분이 돼서야 제자리로 돌아왔으니
하루 온종일 친구들과 희희덕거린 셈이다.

가리왕산, 강원도 정선군에 있는 산으로 해발 1,561 미터의 고산이다.
안녹영 총무가 보낸 산행 공고에는,
“전형적인 육산으로, 부드럽고 듬직한 능선의 자태와 내륙 조망으로 유명한,
일명 덩치 큰 순둥이 산이라고도 불리는 산”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산행계획도 10시30분 휴양림 매표소를 출발하여
정상에서 점심하고 오후 2시에 하산하는 것으로 예정하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여학생 5명 + 남학생 19명 = 24명이
10시45분 휴양림 내 제2주차장을 출발하여
마지막 팀이 오후 7시30분에 산막골 식당에 들어왔으니 합계 8시간45분 소요,
고도로는 해발 400 미터 지점에서 출발하여 정상 1,561 미터를 다녀왔으니
1,161 미터를 오르고 내린 것이다.
노인네들이 이래도 되는지 다시 묻고 싶다.

가리왕산으로 향하는 버스 속에서 정신모 등산대장이
“큰 산이니 선두와 꼬리가 끊기지 않도록 선두는 속도를 조절해 줄 것을 주문하고,
꼬리는 속도를 높여 허리가 잘리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
그러나 계곡을 끼고 숲 속으로 들어서자
여학생들의 눈빛은 이미 아래로 깔려 있다. 꼬리를 내린 것이다.
정상에 오를 의지가 보이질 않는다.

장맛비 때문인지 계곡의 물소리는 천지를 흔든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산이어서 등산로도 좁고 험하다.
계곡을 저 아래로 내려보며 산 허리를 걷다가
드디어 옥계수와 마주치며 조그만 나무다리를 건넌다.
계곡을 뒤로 하고 가파른 길을 차고 오르니 ‘어은골(漁隱골) 임도(林道)’ 에 이른다.
시계는 이미 12시30분을 가리키고 있다.

임도를 가로질러 다시 가파른 길을 올라서니 대원들이 점심을 하고 있다.
여학생들도 여기까지는 따라 올라오면서
“밑에서 ‘야호’하며 부르면 대답을 해야 할 것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한다.
숨이 턱에 닿아 말하는데 대답하는 자가 없다. 먹기 바쁘다.
가파른 산 비탈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모여 앉을 자리도 마땅치 않다.
고도계는 아직도 해발 950미터를 가리키고 있다.
정상까지 600 미터를 더 올라야 한다.
“정상에서 점심을 하고 2시에 하산……”이라는 계획은 이미 무너졌다.

선발대의 정신모 대장이 무전기로 “정상 도착”을 알린다.
시계를 보니 오후 3시다.
무전기를 소지하고 있는 대원에게 현재 위치를 알리라고 독촉이다.
미들 필드를 맡고 있는 안녹영 총무가 5분 후 정상 도착 가능을 알리는데
꼬리부분은 무전기 소리도 작게 들린다. 아직 멀리 있는 모양이다.
후미에서 ‘sweeper’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우재형 대원의 목소리는 힘이 없다.
뒤쳐져있는 대원들을 독촉하느라 힘이 빠진 모양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우재형 대원의 노고가 크다.

정상에 이르니 이미 먼저 도착한 대원들은 웃통을 모두 벗고
작열하는 태양으로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젖은 등산복을 말리며 복분자를 즐기고 있다.
시원한 바람이 피부를 마사지하며 스치고 지나간다.
모두의 얼굴에 ‘행복’이 보인다.
정상에 올랐다는 ‘만족감’도 엿보인다.
<가리왕 정상 해수욕장>이라며 서로 마주보고 낄낄거린다.
친구들이다.

한참을 기다리니 정승철 대원이 나타난다.
마라톤 완주한 기분이라며 자리에 풀썩 앉는다.
아직도 우재형 대원은 보이질 않는다.
총 24명 중 16명만이 정상에 발을 디뎠다.
여학생 5명과 오랜만에 참가하여 아장아장 걷던 오윤경 대원,
일찌감치 1,200고지에서 포기한 이동욱 대원,
대원들을 독려하느라 꼬리에서 고생한 우재형 대원,
모두 8명의 대원은 정상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우재형 대원은 정상 바로 아래에서 내려가는 대원들과 마주치는 바람에
정상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지점에서 철수해야 했다. 웃통도 벗어보지 못하고……

내려가는 길은 더욱 어렵다.
급경사인데다 장맛비로 산이 물을 흠뻑 품고 있어 미끄럽다.
정상에서 오후 3시30분에 출발, 내려가는 길은 3시간 남짓 예정하고 있다.
여름 해라 하지만 산속에서의 어둠은 의외로 빨리 올 수 있다.
꼬리부분이 어은골 임도에 도착하니 정신모 대장의 목소리가 무전기로 들려온다.
숲이 우거져 금새 어두워질 수 있으니 후방에 있는 대원들은 서둘러야 한다고 성화다.
손전등을 가진 대원들이 있느냐고 묻고 어둡기 전에 빨리 하산하라고 독촉이다.

아무리 독촉을 해도 대원들은 할 짓은 다 하겠다는 배짱이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희희낙락 여유를 부린다.
마음 한 구석 어둠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일부 대원들은
옥계수의 유혹을 뿌리치며 바로 하산한다.
휴양림 방가로 근처까지 내려와 그제서야 계곡으로 내려가
찬물에 발을 담그며 ‘시원함’을 만끽한다.
1분 이상 발을 담그고 있을 수가 없다. 너무 차가워 뒷머리가 땅긴다.

선발대와 여학생들은 음식점에 좌정해 있다.
미들 필더들이 들어서니 박수로 맞는다.
전선자 대원(정승철 부인)은 남편의 안부가 몹시 궁금하다.
“우리 남편은요?” 하고 묻는다. 마치 대선주자 중 한 사람이 “대전은요?” 하고 묻듯이……
한참을 지나서 마지막 꼬리부분의 대원들이 들어서니
장내는 박수소리가 진동한다.
전원 무사히 귀환했다.
정신모 대장의 독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자식들, 아장아장 걷더니 돌아오긴 돌아왔구먼……
거, 산속에서 장렬하게 전사하면 얼마나 영광스러워, 살아 오긴 왜 살아와? 자슥들……”

다른 대학들은 다 방학하고, 가끔은 휴강도 잘 하건만
천산대학(千山大學) 백산과(百山科)는 방학은커녕 휴강도 없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저 강의가 그칠 줄 모른다.
특별히 교수가 있어 학점을 주는 것도 아닌데,
그러나 학생들은 열심이다.
다음은 강원도 동해에 있는 두타산(1,363 미터)에서 강의를 한단다.
기대된다.

권정현, 김경일, 김권택, 김해강, 명정수, 박인순, 백언빈, 송영문, 안녹영, 오윤경,
우재형, 이동욱, 이부영, 이태일, 정병호, 정승철, 정신모, 정학철, 최상민,
육순옥, 윤성원, 임명옥, 임명희, 전선자 이상 24명의 대원들이 참여했다.

대원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추신: 정태건 동문이 60주년 건설의 날 기념식에서 동탑 산업훈장을 수훈하였습니다.
        산우회 회원인 정 태건 동문의 산업훈장 수훈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정태건 동문은 산우회 회원에게 수훈 기념품을 전달하였으며,
        산우회 발전기금으로 금 일봉을 쾌척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2007년 7월19일
분당골 야탑산채에서
천곡 박인순
  • 허영환 2007.07.21 00:21
    상진부 하진부가 다 보이는데, 삼청교육대가 가리왕산에 있었던가?
    일개분대에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까지 일사분란하게 집합하였으니 나선 김에 우향우하여 북진할 태세가 늠름하여라. 서역을 넘어 동진하여 합세하리다.

    천산 탈레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