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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20 14:29

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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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하기                         [59산우회] 제25회 강좌-뾰루봉(709)

제10호 태풍 ‘우쿵’이 19일 오후3시 부산에 상륙한다는 예보다.
지난 7월 삼악산 등반 시 놀랜 가슴이 TV 기상예보를 주시한다.
부산을 거쳐 동해안으로 빠진다니 큰 피해는 없을 성 싶다.
이번 태풍은 바람보다는 비 피해가 예상된다며 기상청은 호들갑을 떤다.
폭우와 폭염에 시달린 터라 큰 피해 없이 ‘효자 태풍’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06년 8월19일.
비는 오지 않으나 바람이 시원하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처럼 서늘하기까지 하다.
청량리역은 젊은이들로 왁자지껄하다.
지난번은 경춘선 기차였지만 이번에는 시외버스로 청평으로 간다.
몇 번의 대중교통 이용으로 이젠 제법 익숙해 있다.
아니 오히려 더 여유 있고 낭만적이다.

오늘도 예외 없이 우리 ‘친구들’이 모인다.
남학생 15명 + 여학생 4명 합이 19명이다.
우재형 부부가 모처럼 참가하여 대원들을 기쁘게 한다.
버스가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안녹영 총무에게 전화가 온다.
노병선 대원이다. 청량리역에 있는데 대원들이 보이질 않는다는 전화다.
이번에도 기차를 타는 줄 알고 청량리역 대합실에서 기다린 것이다.
안 총무가 자상하게 우리를 쫓아오는 방법을 일러준다.
노병선 대원이 무사히 합류하면 20명이다.

뾰루봉(709) 등산로 입구.
청평댐을 끼고 설악으로 가는 국도에 연한 음식점 옆을 끼고 오른다.
산에 들어서자 마자 급경사가 우리를 기다린다.
선두는 이미 꼬리가 보이질 않고, 페이스를 조절할 사이도 없이 산길이 숨차게 한다.
태풍의 영향으로 바람은 세차게 불어 나뭇잎이 부딪치며 괴성을 지른다.
숨은 가쁜데 땀은 나지 않는다.
50여분 정신 없이 오르막을 차고 오르니 능선이다.

칼등 능선이다.
아슬아슬하게 암릉을 타고 넘는데 세찬 바람에 중심이 흔들린다.
진도가 늦다. 여학생들도 암릉을 넘으며 안간힘을 쏟는다.
단풍나무 군락지를 지나면서 바람은 잦아들고 아늑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조금 편하다 싶었는데 다시 좁은 능선 길이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산에 들어선지 2시간 30여분 지나 드디어 뾰루봉 정상에 도달한다.
12시 30분이다.
뒤쳐진 여학생을 기다리며 가져온 간식을 즐긴다.
김권택 회장은 우의를 꺼내 걸쳐 입고 있다. 춥지는 않지만 서늘하단다.
발 아래 내려다 보이는 청평호수와 청평 읍의 풍경이 시원하다.
잠시 후 노병선 대원이 나타난다.
산 입구에서 기다리던 우재형, 민병수 대원과 함께다.
다들 박수로 정상에 오른 여학생들을 맞는다.

‘양짓말’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하산하기로 하고 자리를 뜬다.
3주 전 사전 답사한 안 총무가 앞장선다.
‘양짓말’ 삼거리를 지나치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전 답사한 보람도 없이 선두와 후미가 잘리고 말았다.
그 동안 청계산 토요 산행을 통해서 훈련했던 고무줄 프로그램을 망각하고
선두그룹이 너무 빨리 달려 나가는 바람에 고무줄이 끊어지고 만 것이다.
정신모 대장이 중간에서 고무줄을 연결하려 노력했으나,
이미 고무줄은 탄력을 잃고 후미는 딴 길로 하산하고 있었다.
오히려 후미는 제 길로 들어서 울창한 전나무 숲을 지나 양짓말로 향하고 있었다.
선두그룹이 엉뚱한 길로 들어선 것이다. 사전 답사할 때 조심하자고 한 길이었다.
워키-토키로 서로 위치를 확인하지만,
산속에서는 구체적인 지형지물을 서로 알리기가 어렵다.
후미 그룹 7명(여학생 4명 포함)은 편안하고 즐거운 산행을 한다.
반면에 선두그룹은 지루한 임도를 따라 더 멀리 우회하여 ‘안골’로 내려온다.

송어회에 매운탕.
빨간 송어회가 입맛을 돋운다.
일찍 도착한 후미그룹이 배고프다고 먼저 먹자고 한다. 오후 3시다.
기다렸다가 먹자는 의리파도 있다. 그러나 배고픈데 장사는 없다.
먼저 차려 놓고 먹고 있는데 선두그룹의 대원들이 하나 둘 나타난다.
‘안골’로 내려온 대원 중에
‘세치 혀’를 잘 굴린 대원들은 지나는 차를 얻어 타고 식당으로 빨리 온다.
먼저 도착한 후미 그룹과 무려 40분이나 지나 있다.

5시50분 버스를 타기로 하고 느긋이 먹는다.
고픈 김에 먹은 점심이라 많이도 먹는다.
아침과 점심 사이에 먹는 음식을 ‘아점, Brunch(Breakfast Lunch)’라고 하는데
점심과 저녁 사이에 먹는 음식은 무엇이라 하는지 모르겠다.

20명 전원을 태운 버스는 만원이다.
청평 읍에 도착하니 김상열, 노병선, 정학철 대원이 내린다.
기차를 타고 가겠단다.
어둠이 깔린 청량리역에 도착하기 전 생맥주 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그냥 귀가하기가 아쉬운 대원들이 선동한다.
이의를 다는 대원이 없다.

상봉 역에서 하차한 우재형부부, 부득이 귀가하겠다는 김권택회장, 유근원, 정승철대원
그리고 어찌된 일인지 권정현, 이동욱대원이 보이지 않을 뿐
나머지 민병수부부, 정신모부부, 정병호부부, 김진무, 안녹영, 박인순, 허영환 등 10명은
청량리역 생맥주 집으로 들어선다.
즐거운 산행을 자축하는 건배가 이어지고
잠시 후 기차를 타고 청량리역에 도착한 3명의 대원까지 합세하여
생맥주 조끼가 춤을 춘다.
오늘 고무줄이 끊어진 이야기며 다시는 오늘 같은 일이 없어야 한다는 등
이야기 꽃이 한창인데……

김권택 회장에게서 전화다.
청량리역에서 휴대폰을 잃어 버렸다는 이야기다.
다행히 주운 사람을 확인해서 퇴계원까지 찾으러 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들 퇴계원으로 가야 하지 않느냐고 야단이다.
회장이 유고가 생겼는데 이렇게 한가하게 맥주만 마시고 있어서야
회장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주운 사람을 찾았다니 다행한 일이라며 정학철 대원이 축하하자고 건배를 제의한다.
보통은 잔을 높이 들고 ‘위하여’ 하는데 오늘은 ‘위하기’란다.
모두들 ‘위하기’ 하며 복창한다.

분당골 야탑산채에서
천곡 박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