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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경우에든 자식의 친권은 여자에게 있다?
                                                       (2006년4월15일 千山大學 白山學科 第19講義-鷄龍山)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nnapurna Base Camp = ABC) 트랙킹을 마치고 귀국한지 이틀 만에 천산대학 백산학과 정규 커리큘럼에 참가했다. 계룡산이다.
아내의 피곤할 텐데 쉬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말을 뒤로 하고 집을 나선다.
동지들을 만날 기쁨이 앞선다.
아내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현관 앞까지 따라 나서며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아내에게는 말하지 아니하였지만 동지들에게 자랑하고픈 심경은 숨길 수가 없다.
꼬박 9박 10일을 히말라야를 오르고 무려 해발 4,130 미터의 베이스 캠프에서 하룻밤을 보낸 기분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당하게 개선한 장군이 된 기분이다.
나 자신이 이렇게 자랑스러워 보기도 처음이다.
발길이 가볍다. 어서 동지들을 만나고픈 마음에 몸이 한결 가볍다.

언제나 그렇듯이 교대 전철역은 장날이다.
버스들이 길가에 주~욱 늘어서 있다.
원색 등산복 차림의 많은 사람들이 북적 인다.
버스에 오르자 동지들이 와~아 하고 반긴다.
정병호도 나와 있다. 안나푸르나 동지다.
본격적인 산행에 오르기도 전에 카트만두에서 발목을 다쳐
대원들의 마음을 조아리게 했던 그 아픈 발목으로 전 일정을 소화해낸 의지의 산우회원이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인 친구들을 안 총무가 소개하고
김권택 산우회장이 인사말을 한다.
그런데 느닷없이 오토바이 운전 면허증을 취득한 이야기를 한다.
1차 낙방, 2차 낙방을 거쳐 3수만에 겨우 합격했는데
고시공부보다 훨씬 어려웠다고 소상하게 시험과정을 소개한다.

어느새 버스는 동학사 입구로 접어든다.
길가의 아름들이 벚나무의 꽃이 만개해 터널을 이루고 있다.
먼저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이 그냥 내닫는다. 많은 상춘객들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누군가가 일행을 새운다. 모여 함께 가자고 한다.

동학사 입구에서 우회전하여 남매탑으로 가는 산길로 접어든다.
가파른 돌계단이 우리 앞에 다가 온다.
계단, 안나푸르나 트랙킹 도중에 수없이 밟아본 계단이다.
3천여 계단을 내려갔다 다시 3천여 계단을 오른 적도 있다.
산 속에서 계단은 오르기가 힘겹다.
수천 계단을 오르내린 경험이 발길을 가볍게 하는데 대원들은 힘들어 한다.
남매탑에서 대원들이 일단 집결한다. 남매탑의 전설을 읽고는 한마디씩 한다.
스님이 고자였나?
삼불봉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금잔디고개로 내려간다.
금잔디고개에서 점심을 하기로 했다.
음산한 날씨가 어깨를 움츠리게 한다.
정병호가 한마디 한다. “천곡! 어떻게 히말라야보다 더 춥다?”

추워서 그런지 짐을 챙기고는 이내 달려 내려간다. 돌계단을 쿵쿵 밟으며 내려간다.
갑사에 이르니 잠시 날이 개고 햇볕 구경을 한다.
벚꽃을 배경으로 또 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갑사 주차장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마곡사로 향한다.
안 총무의 안내대로 가벼운 산행이다.
아니 차라리 사찰탐방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편하다.

마곡사 정원은 아늑하다.
계곡에 흐르는 물 따라 휘돌아 앉아 있는 대웅전은 그 역사를 자랑하듯 고색창연하다.
최상민이 대원들을 이리 저리 끌고 다니며
사찰건물의 구조에 대해서 설명한다.
옆에서 듣고 있던 허영환대원이 ‘건축가를 옆에 두고 잘도 설명한다’ 라며
최상민의 해학에 감탄한다.

마곡사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낸 대원들이 배고프다며 절을 나선다.
주차장에 있는 음식점으로 들어선다.
모 TV 방송에 나온 집이란다. 요즈음 TV 방송에 나오지 않은 음식점이 더 유명한 시대다.
게눈 감추듯 먹어 치운다. 속도가 느린 인순이가 반찬을 더 시킨다.
그것도 비싼 게장을 연거푸 시켜대니까 옆에서 숟가락을 놓고 있던 권택이 한마디 한다.
“인순아 너는 양심도 없니? 이 집 밑지겠다. 고만 좀 시켜라!”
친구를 배려하지 않고 먼저 반찬을 다 먹어 치운 사람은 양심이 있는 건가?

허영환 대원은 귀경길 버스 안에서 ‘법률 강의’를 한다.
주제는 ‘자식의 친권에 관한 건’이다. 남녀관계에는 여러 경우가 있단다.
정상적인 부부관계에서부터 소위 부적절한 관계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그 어느 경우에든지 자식에 대한 친권은 ‘여자’에게 있다는 주장이다.
연구해 볼 문제이다.

양재동에 들어섰는데도 아직 석양은 붉다.
제20강의 시간이 기다려진다.

                                                               분당골 야탑산채에서    天谷 朴仁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