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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산우회] 제22회 강좌 - 戀人山(1068)

여러 번 펑크(?)를 내서인지 이번에는 아내가 솔선해서 나선다.
하기야 여고동창들과의 만남과 59산우회 정기산행 일자가 겹쳤으니 강요하기도 무리다.
여고 동창들과 만나 수다 떠는 재미가, 힘들여 산에 오르는 재미보다 더 낳을 것은 뻔한 이치다.
자명종을 몇 시에 맞추면 되느냐고 묻는다. 기특하다. 모처럼 여고 동기동참 모임이 일요일 총동창회와 함께 열리기로 되어, 짬이 난 김에 선심 쓰는 것 같기도 하다.
대학시절 산악반이었다고 자랑할 때는 언제고, 같이 가자면 갖은 핑계 대던 때와는 천양지판이다.

같이 따라 나서겠다고 조르는 강아지를 억지로 떼어 놓고, 시원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도착한 교대전철역 9번 출구.  
버스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안 총무가 이게 웬일이냐며 아내 손을 덥석 잡는다. 반갑다는 인사다.
그런데 평상 복장을 하고 서 있는 김권택 회장이 수상쩍다. 못 간단다. 그의 손에는 그의 몸에서 나온 돌멩이(?)들이 쥐어져 있다. 몇 달 병원을 드나들더니 드디어 나왔다며 쉬겠단다. 할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의 힘이 느껴진다. 1999년 3월 공모로 그 동안 불려오던 ‘우목봉’을 ‘사랑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곳’ 이라는 戀人山((1068)으로 개명했다. 戀人山으로 오르는 4개의 능선도 ‘우정, 연인, 장수, 소망’ 이라는 멋있는 이름으로 바꿨다. 경춘국도를 따라 가평군 백문리 북면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10시다.
안 총무가 무전기를 꺼내 들고 정신모 대장과 최동욱 대원에게 맡긴다. 선두에 정 대장, 최후방에 최동욱 대원이다.  
정 대장은 이해하겠는데 최동욱 대원은 의외다. 우재형 대원의 역할을 대신하게 된 것이다. 무전기를 든 최 대원은 어깨가 으쓱해진다. 빨간 모자에 완장만 없지 훈련소 교관이다. 남학생 18명, 여학생 5명, 총 23명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얼마 가지도 않았는데 무전기는 시끄럽게 울린다. 안 총무가 한마디 한다. 어린애 장난감 가지고 놀 듯 이리 눌러보고 저리 눌러본다며 싱끗 웃는다.

林道를 따라 ‘장수고개’ 에 도착하여 ‘장수능선’으로 들어서니 시원하고 숲 내음이 상큼하다.
‘장수능선’은 참나무와 키가 큰 철쭉이 어우러져 터널을 이룬다. 군락지는 아니지만 능선 따라 여기 저기 철쭉이 화려하게 자태를 드러낸다. 수줍은 듯한, 흰빛에 가까운 연분홍 빛으로 자연미가 돋보인다. 신방에 앉아 신랑을 기다리는 여인의 뺨 같다.

선두그룹으로부터 연락이 온다. ‘장수샘’을 통과 戀人山 정상을 다녀올 터이니 ‘장수샘’에서 만나자는 전갈이다. 최후미에 있는 최 대원은 대답이 없다. 쫓아 오기에도 벅차다. 안 총무가 그렇게 하자고 대답한다.
‘장수샘’에서 이미 정상을 다녀온 대원과 이제 막 도착한 대원들이 어울려 음식을 펼친다.
‘영환 표 복분자’, ‘신모 표 삶은 계란’에 ‘병호 표 홍어 무침’ 등 단골 메뉴에 김밥, 유부초밥, 샌드위치, 떡, 등 다양한 음식에다 후식으로 각종 계절 과일까지 등장한다. 한쪽에서는 정태건 대원과 최 황 전 회장이 위스키를 주고 받기도 한다. 김해강 대원은 브랜디를 권하고 있다.
어지간히 먹었다.

식사 후에 정상을 다녀 오지 못한 대원들이 나선다. ‘장수샘’에서 정상은 불과 15분 거리다. 정상에 오르니 많은 사람들이 기념 촬영하느라 번잡하다. 사방이 시원하다. 정상에 오른 기분이 난다.   북쪽으로 아재비고개 위로 戀人山의 母山, 명지산이 아련히 눈에 들어온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철쭉향기가 코 끝을 자극한다. 그냥 내려갔더라면 후회할 뻔 했다. 일행을 따라가야겠다고 서두르는데 휴대전화가 울린다. 안 총무다. ‘소망능선’ 삼거리에 있으니 서두르란다.
이동욱 대원이 안 총무와 같이 있다가 도착한 대원들에게 ‘홍삼 사탕’을 나누어 준다. 김용진 대원이 나누어 주라고 주고 간 것이란다.

하산이다.
‘소망능선’은 가파르다.
주위를 살필 겨를이 없다. 한 발 옮길 적 마다 신경을 써야 한다. 한참을 내려와서야 경사가 완만해진다. 여학생들이 쉬어 가자고 한다. 재충전하고 내려 가자고 한다.
계곡에 내려서 등산화를 벗고 발을 담근다. 짜릿한 전율이 피로를 가시게 한다. 이태일 대원은 ‘장수폭포’가 어디냐고 궁금해 한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고 야단이다. 누구도 ‘장수폭포’를 본 사람이 없다. 한 대원이 한마디 한다.
“장수해야 장수폭포가 보인다.”

‘산마루’ 집에서의 백숙이 저녁 메뉴다. 김진무 대원이 아들 영기군 결혼에 격려와 축하해 준 답례로 쏘는 자리다. 정 대장이 미리 주문해 둔 덕분에 자리를 정리하고 앉아 맥주로 목을 축이는 사이 먹음직스런 백숙이 상 위에 오른다. 모두들 김진무 대원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소주에 곁들여 맛있게 먹는다. 정병호 대원이 오늘 결혼 34주년이라고 이야기 한다. 모두 잔을 들어 축하해 준다. 그러나 축하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공기 좋고 물 좋은 이 곳에 새 방을 마련해 줄 터이니 하룻밤 묵고 오라는 안 총무의 권유에 한 여학생이 좌중을 웃긴다.
“새 방으로 바꿔주면 뭘 해, 신랑을 새 것으로 바꿔 주어야지!” 박장대소다.

돌아오는 버스 안은 웃음바다다. 웃음보가 터진 대원들은 조금만 건드려도 까르르 웃는다.
들창문으로 도둑이 시계를 훔쳐가는 장면을 묘사한 “여보! 시게 시~게”는 대원들을 눈물이 나도록 웃긴다.
미국 사위 ‘조지 브라운’은 끝내 부인 친정인 한국에 오질 못했다.

왜 우리는 스스럼이 없고 조그만 일에도 크게 웃는가?
우정이다.
한 지붕 한 가족처럼 지내고 있는 우리의 우정이 우리를 가깝게 한다.

                                                                                    2006년 5월21일
                                                                                    분당골 야탑산채에서
                                                                                    천곡 박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