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조회 수 6774 추천 수 0 댓글 0
‘분당파’는 그냥 갔는데……
                                                                            [59산우회] 제23회 강좌 – 五峯山(779)

강원도 춘천시에서 화천군 오음리로 가자면 ‘배후령’이라는 고개마루를 넘는다.
해발 600 미터의 제법 높은 고개다.
오봉산(779 미터) 산행의 기점이다.
배후령 마루에서 시작하여 다섯 암봉을 종주한 뒤 청평사로 내려와 소양댐을 배로 건너 돌아오는 코스다.

이미 버스가 해발 600 미터인 배후령까지 데려다 주었으니
오봉산 정상(779 미터)을 오르는 일은 식은 죽 먹기인 듯싶다.
십여 분 숨을 할딱거리니 이내 능선에 오른다.
나한봉, 관음봉, 문수봉, 보현봉, 비로봉 등 다섯 봉우리가 있다 하여 五峯山이라 부르는데
예전에는 慶雲山이라 불렸다 한다.
요즈음은 다섯 봉우리를 그저 알기 쉽게 제1봉~제5봉으로 부르는 모양이다.
능선 따라 봉우리가 연이어 있고 그 흔한 비석은 없다.
칼등 같은 능선을 따라 오르내리면 시야가 확 트이는 봉우리에 오르는데 5봉 중에 하나라고 생각 하면 된다.
봉우리마다 사방이 확 트이면서 멀리 소양호가 아련히 눈에 들어온다.
암봉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소나무가 신기하기도 하다.

다섯 봉우리를 얼추 지났다고 생각하자 이젠 하산 길이 장난이 아니다.
크고 작은 암릉 사이로 쇠줄을 잡고 내려가야 한다. 개구멍 바위라고 불리는, 한 사람이 통과하기도 어려운 좁은 돌 바위 통로를 지나는가 하면 가파른 절벽을 쇠줄에 의지해서 내려와야 한다.
오르는 길이 수월하다 했더니 이젠 내려가야 할 길이 험난하기 그지 없다.
역시 산은 산이다. 한치도 쉬운 구석이 없다.

신라 진덕여왕 때 창건하였다는 청평사에 다다르니 적멸보궁터 계곡 길로 내려온 대원들이 험한 길을 내려온
대원들에게 자기들은 계곡을 즐기면서 재미있게 내려왔노라고 약을 올린다.
험한 길로 내려온 대원들은 무사히 내려온 것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사용했다는 자부심도 사치다. 힘들었다.
이태일 대원이 “야 인순아! 롱 다리도 힘들었다는데 숏 다리가 어찌 내려왔냐?”며 낄낄 웃는다.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淸平寺에서 정신모 대장이 대원들을 보물 164호인 회전문(廻轉門)으로 모은다.
강원도에서 파견 근무하는 ‘문화관광 해설자(?)’의 설명을 듣는 시간이다.
얼른 생각에는 ‘Revolving Door’로 생각되나 심오한 불교적인 의미가 있는 문이라고 한다.
불교에 문외한인 필자가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너무 많다.

우리나라 연못의 시조라는 영지(影池), 공주탕, 공주굴, 공주와 상삿뱀의 전설이 얽힌 삼층석탑을 지나,
아홉 가지 소리로 떨어진다는 구성폭포(九聲瀑布)에서 대원들은 폭포수에 발을 담근다.
한여름인데도 발이 시리다.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소양호를 건너 간다. 시원한 호수바람이 피로를 가시게 한다.
저수량 27억 톤의 동양 최대의 사력 댐인 소양호는 내륙의 바다라고 불리기도 한다.

춘천에 왔으니 ‘닭 갈비와 막국수’를 지나칠 수 없다.
대형 후라이판에 여러 가지 야채와 닭 갈비 그리고 잘게 썬 고구마가 한아름 올라 앉는다.
양념 고추장이 그 위에 한 움큼 놓여 있다. 국제적으로 이미 잘 알려진 우리의 토속음식이다.
인형극, 판토마임, 그리고 영화제 등 각종 국제대회를 유치하고 있는 춘천이 자랑하는 ‘닭 갈비와 막국수’이다.
외국인들도 우리의 매운 음식 맛에 흠뻑 빠져있다고 주인의 자랑이 한창이다.
소주와 곁들이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느새 정 대장은 ‘폭탄주’를 돌린다.
목소리가 커지며 장내는 금방 소란스러워진다. 전세 냈다.
얼추 취한 대원들은 정원으로 나서 한담을 즐긴다. 아직도 해는 중천이다.
하지가 가까워 오니 저녁 7시인데도 훤하다.

소양강을 끼고 버스는 천천히 움직인다.
버스 안에서는 마이크가 이 자리 저 자리로 주인을 찾아 다니며 즐거운 얘기,
재미있는 이야기를 대원들로부터 들려준다.
오랜만에 참가한 박유신 대원이 ‘오봉산 타령’에 대한 구수한 설명을 한다.
그 부인에게도 마이크는 찾아간다. “참 재미있고 좋네요. 앞으로 빠지지 말고 나올게요.”
나도 한마디하자고 나선 김경일 대원은 ‘며느리의 심판(?)’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준다.
성철스님의 이야기가 나오니 허영환 대원과 원정일 대원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이야기를 “산은 물이요. 물은 산이로다.”라며 서로 자랑이다.
언제나 말이 없는 그 사람…… 권정현 대원은 “재미있어” 산우회에 빠짐없이 나온다며 솔직한
속내를 이야기하여 대원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는다.
소근소근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이태일 대원은 “산우회 대원들은 너무 멋지고 순수해서
산행 일자가 기다려진다며, 산우회에 나오면서 폭 넓게 친구들을 사귀게 되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 되었다”고 친구들의 우정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덧붙여 “욕 좀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가, 해도 된다, 안 된다 하는 논쟁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친구니까 해도 된다는 쪽이 우세한 듯하니 정신모 대장이 긴장을 푸는 듯 하다.

재미있고 좋아서……
친구들의 우정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어서……
그렇다.
우선 재미있어야 한다. 나이 들어가면서 재미 없으면 그 또한 스트레스다.
친구들이 소중해야 한다. 친구들과 우정이 더 값지게 느껴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발길이 가볍다.
거기에다 건강을 지키는 ‘산행’이 우리를 즐겁게 하질 않는가?
‘건강을 지키는 동아 제약’보다 더 값진 우정을 우리는 먹고 살고 있지 아니한가?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은 이별이 아쉬운 모양이다.
우정을 더욱 두텁게 하기 위해 노래방으로 향한다.
‘카사블랑카’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허영환 대원의 깃발을 즐겁게 따라 나선다.
2006독일 월드컵 때문인가 밤 낮을 모른다.

선릉역에서 내린 ‘분당파’는 그냥 갔는데……

분당골 야탑산채에서
천곡 박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