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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먼저 용서받고 나서, 걸어가라

2012. 12. 12.

 

 

17 하루는 예수님께서 가르치고 계셨는데, ---

18 그때에 남자 몇이 중풍에 걸린 어떤 사람을 평상에 누인 채 들고 와서,

     예수님 앞으로 들여다 놓으려고 하였다.

19 그러나 군중 때문에 그를 안으로 들일 길이 없어 지붕으로 올라가 기와를 벗겨 내고,

     평상에 누인 그 환자를 예수님 앞 한가운데로 내려 보냈다.

20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사람아,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21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의아하게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저 사람은 누구인데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하는가?

      하느님 한 분 외에 누가 죄를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22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생각을 아시고 대답하셨다.

     “너희는 어찌하여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하느냐?

23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하고 말하는 것과 ‘일어나 걸어가라.’

     하고 말하는 것 가운데에서 어느 쪽이 더 쉬우냐?

24 --- 그러고 나서 중풍에 걸린 이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 네 평상을 가지고 집으로 가거라.”

25 그러자 그는 그들 앞에서 즉시 일어나 자기가 누워 있던 것을 들고,

     하느님을 찬양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루카 5,17-25)

 

 

예수님의 비유 말씀은 대체로 쉽고 명쾌하지만, 어려운 것들도 상당히 있습니다.

이번 말씀도 제게는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23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하고 말하는 것과 ‘일어나 걸어가라.’ 하고 말하는 것 가운데에서

        어느 쪽이 더 쉬우냐?> 는 말씀이 어렵습니다.

 

‘용서받은 죄’는 ‘정신적인 죄’를, ‘일어나 걸어가는 것’은 ‘육체적인 질병’을

말씀하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정신적인 죄’와 ‘육체적인 질병’이 유관하다는 말씀으로 들리는데,

그렇다면 ‘몸이 성하지 않은 사람들’로서는 억울하게 받아들여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순서를 바꿔보았습니다.

‘육체적인 질병’과 ‘정신적인 죄’는 유관하다.

완전치는 않지만 이제야 많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질병(=고난)’을 주신 뜻을 헤아리지 않고,

‘하느님을 원망하는 죄를 저지른 것’ 이로구나 하고요.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위 환자의 ‘믿음을 보시고’ ‘정신적 죄’를 먼저 사해 주시고 나서,

‘일어나 걸어가라’ 하고 질병을 풀어 주신거로구나 하고요.

 

 

옛날 어느 책에서 읽은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아주 유명한 관상가가 있었는데, 하루는 거지 한 명이 관상을 보러 왔답니다.

관상가는 한참을 보고나서, ‘자네는 자신이 거지일 뿐 아니라,

자네와 눈이 마주치는 사람마저 거지로 만드는 몹쓸 관상이구먼.’ 했습니다.

몇 년의 세월이 흐른 뒤 이 관상가에게 잘 생기고 부유한 차림의 젊은이가 찾아왔습니다.

관상가는 ‘젊은이는 부귀와 영화를 누릴 관상입니다.’ 라고 풀이해 주었습니다.

 

젊은이는 “제가 몇 년 전에 왔을 때는 저뿐 아니라 저와 눈이 마주치는 사람마저

거지로 만들 관상이라더니 이게 무슨 말씀입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관상가는 예전의 아주 나빴던 관상을 기억해 냈습니다.

‘관상이 바뀌었군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젊은이가 대답했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들은 이후, 한 번도 남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눈 마주친 사람에게 불행이 올까봐 두려워서이지요.”

‘그러면 그렇지요. 당신의 고운 마음씨가 당신의 관상을 바꾼 것입니다.’

 

 

우리는 어려운 일에 빠졌을 때, 흔히 자신의 불운을 원망하고,

왜 이런 나쁜 일이 하필 나에게 생겼느냐고 억울해 하고,

어서 빨리 나를 구원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그러나 오늘 말씀에서 우리는 귀중한 해결책을 얻습니다.

왜 하느님께서 이런 시련을 내게 주셨는지를 먼저 성찰하고, 통렬히 회개하고,

그러고 나서 하느님께서 내게 응답하신다는 굳은 믿음으로 기도하라는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