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조회 수 4213 추천 수 0 댓글 0
 

재미있고 쉬운 가톨릭 안내 - 068 고성소 (古聖所 limbo) 


수도원에 지진이 일어나서 수사 전원이 한꺼번에 죽었다.

하늘나라에 간 50명의 수사는 천국의문 진주대문에서 베드로를 만났다.

베드로가 말했다.

“한명씩 따로 하지 않고 단체로 심사하겠다.”

그리고는 모두에게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생전에 어린 사내와 즐겨 본 사람 있으면 손들어.”

49명이 손을 들었다.


베드로가 판결을 내렸다.

“너희 49명은 전원 지옥으로!”


그리고 한 마디 덧붙였다.

“저 귀머거리 녀석도 함께 데려 가도록!”


☺☺☺☺☺☺☺☺☺☺☺☺☺☺☺☺☺☺☺☺☺☺☺☺☺☺☺☺☺☺☺☺



기독교의 핵심 교리를 담은 신앙 고백문에 사도신경(使徒信經)이 있다.

그 내용 중에 ‘---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저승에 가시어 사흗날에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시고---‘ 라는 구절이 있다.


예수가 죽은 뒤 어디 어디를 갔다가 부활했는지는 모르겠으되,

위 구절에 의하면 ‘저승’에 갔었다는 것은 틀림이 없으리라.


1862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 간행된 천주성교공과(天主聖敎功課)의

종도신경(宗徒信經 - 사도신경의 옛말)에는 이 대목이

‘--- 지옥에 내리사 사흘날에  죽은자 가운데로조차 다시 살으심을 믿으며---’로

되어 있었다.

이 대목이 1967년에 펴낸 가톨릭 기도서의 사도신경에서는

‘--- 고성소에 내리시어---’로 고쳐졌고,

1996년에는 논란 끝에 ‘--- 저승에 가시어 사흗날에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시고 ---’로 바뀌었다.


같은 장소를 지옥 저승 고성소라는 세 가지 다른 단어로 표현했다.

지옥이나 저승은 어떤 곳인지, 각자 나름의 어렴풋한 개념을 갖고 있을 것이나,

‘고성소’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고성소란 죽은 사람들 중, 그 영혼이 천국이나 지옥 또는 연옥

그 어디에도 가지 못한 사람들이 머무르는 장소를 말한다.


예를 들어 세례를 받지 않고 죽은 어린이의 경우,

이성(理性)으로 죄 지은 일이 없으므로 지옥에 갈 수가 없고,

세례를 통한 은총을 받지 못했으므로 천국에 갈 수도 없으니,

그들을 보내기 위해서 고성소가 필요한 것이다.


또, 예수 부활 이전에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죽었으나,

그리스도를 미처 알지 못하고, 그를 통하여 구원받지 못한 사람들의 영혼이

잠시 머물렀던 곳이다.

그리스도 강생 이전에 살았던 의로운 이들이, 그리스도를 몰랐다는 이유로

지옥에서 벌을 받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생각에서 나왔다.


고성소란 말은, 거품 또는 경계(境界)처럼

무엇인가 주변에 덧붙여지는 것을 의미하는

튜턴족(Teutons - 게르만의 한 민족)의 말 림보 (limbo)에서 유래한다.

중국과 한국과 일본에서는 림보의 라틴어 림부스 (limbus)를

‘옛 성인들이 머무르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고성소(古聖所)’라 번역하였고,

우리말로는 ‘임보’라고도 불렀다.


‘고성소’는 알렉산드리아학파 신학자 클레멘스

(Titus Flavius Clemens: 기원후 150 - 215 추정)가 처음 주장했다는 설도 있다.

그는 조상들의 고성소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신학적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그리스도 강생 이후의 사람들만 하느님의 은총을 받는 혜택을 얻는 데 반해,

 그리스도 강생 이전의 사람들이 재판도 없이 판결 받는다는 것은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경에는 고성소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가톨릭교회에서도 고성소에 대하여 명확한 정의를 내린 일이 없다.

고성소의 존재나 상태에 대한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교리적 판단이 유보되어 있다.

뚜렷한 해결이 신학상 문제로 남아 있는 가운데 쓰이는

어정쩡한 어휘가 고성소이다.

 

<馬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