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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쉬운 가톨릭 안내 - 046 주님 공현(公顯)과 동방박사

섣달 그믐날 낮에 아내가 낮잠을 자다가 꿈을 꿨다.
아내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꿈 얘기를 했다.
‘여봉, 내가 꿈을 꿨는데, 아 글쎄 누군가가 새해 선물로
다이아 반지를 사 주는 거지 뭐유!
이게 무슨 뜻일까?’
남편이 대답했다.
“OK, 무슨 소린지 알아들었어. 오늘 저녁에 내가 당신 꿈의 의미를 가르쳐 주지.”

기대에 찬 아내는 진수성찬의 저녁상을 차렸고,
둘이는 포도주를 곁들여 멋있는 만찬을 즐겼다.
자정이 다가오자 남편이 자그마한 선물을 내밀었다.
흥분한 아내가 포장을 풀었다.
거기에는 책이 한 권 들어 있었다.
- 꿈의 해석. 프로이드 지음.


어렸을 때 크리스마스 무렵이 되면 초등학교나 동네 교회에서
예수 탄생 이야기를 연극으로 공연하였었다.
무대는 마구간, 주인공인 예수는 구유에 누워있고,
부모인 요셉과 마리아 그리고 세 사람의 ‘동방박사’가 출연진이다.

그러니까 이 날이 공식적으로 예수가 외부사람들에게 처음 모습을 보여준 날이다.
가톨릭에서는 이를 공현(公顯 Epiphania) 이라는 어려운 어휘로 부르고,
이 날, 1월 6일을 ‘주님 공현 대축일’로 기린다.

기독교의 동방교회에서는 1월 6일을 성탄축일로 지냈었다.
동방, 특히 이집트에서는 겨울철 해가 바뀌는 1월 6일을 태양 탄일 축제로 삼았고,
이 축제가 성탄일로 옮겨진 것이다.
4세기 말엽, 이 축제가 서방교회에 도입되어 주님 공현축일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월 1일 다음에 오는 첫 일요일을 주님공현대축일로 정했다.

우리가 ‘동방박사’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헬라어 Magus 를 번역한 것으로
원 뜻은 마술사, 점성술사를 말한다. 이들을 단체로는 The Magi 라고 부른다.
페르시아 부근에서 온 천문학자들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이들은 황금과 유향(乳香), 몰약(沒藥)을 선물로 가져왔다.
당시 황금은 가장 귀한 보물로 왕에게 드리는 예물이었다.
그들은 예수를 왕으로 모시고 경배한 것이다.
유향은 사제를 위한 예물이다. 성전에서 제물을 바칠 때 사제가 유향을 사용했다.
예수가 당신 자신을 희생 제물로 바치는 대사제로서 세상에 오신 것을 상징한다.
몰약은 시신을 부패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예수가 죽기 위해 태어났음을 의미하는 선물이다.

황금을 가져온 박사의 이름은 멜키올, 백발이 성성하고 긴 구레나룻을 지닌
멋쟁이 할아버지이다.
유향은 수려한 용모의 청년 카스팔이, 몰약은 늠름한 풍채에 둥근 터번을 머리에 두른
중년의 발타살이 바쳤다고 한다.
한 두 사람이 예수를 경배한 것이 아니라, 청년 중년 노년 모두가 예수탄생을 축하했다는
의미이리라.

그들이 헤롯왕이나 예수 부모에게 명함을 건넸고,
그래서 그들의 이름과 생김새가 지금까지 전해졌다고는 생각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박사들’이 세 사람이라는 것도, 3세기의 교회학자 오리제네스(Origenes)가
세 가지 선물로 미루어 세 사람이었다고 해설한 것이 정설처럼 된 것이다.
이들이 이름을 하나씩 얻어 가지게 된 것은 8세기의 일이다.
6세기 원본을 베낀 8세기의 필사본 파편(Excerpta latina babrari)에서
발타살, 멜키올, 카스팔 이라는 이름이 우연찮게 발견되어 성서 인명목록에 등재 되었다.

독일 쾰른의 중앙역 앞에 있는 대성당에는 그들의 유해가 안치돼있다.
600년 넘게 걸려 지었다는, 높이가 150m가 더 되는 이 웅장한 성당은,
2층집도 드물었던 중세 시대의 건축물이라는 그 자체로도 불가사의한 것인데,
더구나 동방박사의 관까지 모셔져 있다니 기가 막힌 명소가 아닐 수 없다.

대성당 제단부에 이층집 모양으로 생긴 황금궤가 놓여 있고,
큰 절기가 돌아올 때마다 중간 고미다락 부분을 개봉하면
거기 왕관을 쓴 유해를 목격할 수 있다고 한다.

원래 콘스탄티노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가 동방원정 때
골고타의 십자가와 함께 발굴해왔다가, 우여곡절 끝에 밀라노를 거쳐
12세기 후반에 쾰른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덕분에 북유럽의 외딴 도시 쾰른은, 로마, 예루살렘, 산티아고 디 콤포스텔라와 더불어
중세 4대 순례지로 부각되면서 짭짤한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단다.
당연히 진짜다, 가짜다 하는 논란이 있지만, 그리 심각한 논란의 대상은 아닌 것 같다.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를 방문한 이야기는 일화와 예언,
그리고 신화와 역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메시아의 출현에 대한 기대와
소망을 말해주는 것이다.
특히, 주님 공현의 대상이 이스라엘 사람이 아닌 이방인이었다는 사실은
기독교의 세계화에 큰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馬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