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조회 수 2784 추천 수 0 댓글 0

 

 

본질을 놓치는 규율에 집착하지 맙시다.

2014. 1. 21.

 

중국 위 나라의 조조(曹操)가 보리 수확 철에 전쟁에 나섰다.

그는 농민들이 애써 일군 양식을 안심하고 추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병사들이 보리밭에 들어가지 못 하게 하고,

이를 어길 시에는 참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뜻밖에도 길섶에서 조조의 말발굽에 놀란 비둘기가 날아오르는 바람에

조조가 탄 말이 또 놀라 보리밭으로 뛰어들어 밭을 망쳐 놓고 말았다.

조조는 군율을 지키기 위해서 칼을 빼어 스스로의 목을 치려고 했다.

당황한 참모들이 "법령도 높은 자리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옛 규범이 있다."고

설득하자, 목을 자르는 대신 머리카락을 잘라 스스로를 벌했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소설이니까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만일 그것이 실제 상황이고, 조조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더라면

중국 역사는 물론 우리나라 역사도 지금과는 엄청나게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명령의 본질은 보리밭을 망가뜨리거나, 함부로 베어 가는 행위를 막자는 것이지,

실수로 들어간 경우에도 사형시키자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근본을 도외시하고 문구대로만 법을 적용할 경우

또 다른 폐해가 생길 수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도 비슷한 일을 겪습니다.

 

23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밀밭 사이를 질러가시게 되었다.

     그런데 그분의 제자들이 길을 내고 가면서 밀 이삭을 뜯기 시작하였다.

24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들은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합니까?”

25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다윗과 그 일행이 먹을 것이 없어 배가 고팠을 때,

      다윗이 어떻게 하였는지 너희는 읽어 본 적이 없느냐?

26  에브야타르 대사제 때에 그가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

     사제가 아니면 먹어서는 안 되는 제사 빵을 먹고

     함께 있는 이들에게도 주지 않았느냐?”

27 이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마르코 2,)

 

 

안식일이란 엿새 동안의 근로에 힘든 몸과 마음을 쉬고,

이 모든 것을 마련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라고 주어진 휴식일입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하루 종일 아무런 노동도 하면 안 되고

오로지 창조자이며 수호자, 구원자이신 하느님만을 흠숭하는

경건한 날을 보내도록 율법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런 날, 예수님의 추종자들이 밀 이삭을 뜯는 노동을 했으니

원칙주의자들인 바리사이들이 들고 일어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다윗 일행이 굶주리자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서

사제 이외에는 먹을 수 없는 제사 빵을 먹은 옛 일을 들어 설명하십니다.

위급한 상황에서는 율법을 어길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다.

마찬가지로 제자들이 배가 고파서 밀 이삭을 뜯은 것도

안식일의 취지를 크게 벗어난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라고

명쾌하게 지적하십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규범을 어기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서 있는 사람들 옆으로 뛰어 올라가거나,

고속도로에서 갓길로 차를 모는 일들도 그렇습니다.

 

조그만 편의를 위해서 범칙하는 일도 있겠지만

응급상황이어서 그러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바리사이처럼 그들을 일방적으로 매도할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이해하는 마음도 가져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본질은 생각하지 않고

규정된 문구에만 집착해서 벌어지는

우리 주변의 일들을 찾아내서

현명하게 고쳐나가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