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이숙의 ‘다홍 치마 노랑 저고리’
조용국의 부인 최이숙의 아호(雅號)는 ‘이내’이다.
‘아호’란 “문인이나 예술가 따위의 호나 별호를 높여 이르는 말” 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그러니까 최이숙은 문인 and/or 예술가일 것이다.
첫 글을 읽자마자 그이가 더도 덜도 없는 ‘문인’이라 느끼고,
그림과 도예품을 보면 훌륭한 ‘예술가’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글을 계속해서 읽으면
최 소화데레사의 모든 면이 깊은 신앙의 바탕 위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한기호>
<다홍 치마와 노랑 저고리 : 최이숙 - Mixed media on canvas 46cm x 53cm>
다홍 치마 노랑 저고리
최이숙 소화데레사
결혼 전 날 함이 왔다.
그때는 그랬다.
요즈음처럼 모든 것을 편리한대로 바꾸지 않고
옛 풍습 그대로 하던 때였다.
첫눈이 조금씩 휘날리는데
바깥에서 조금 작은 소리가 나더니 그냥 조용히 들어왔다.
중, 고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로 지내는 친구들 몇 분이
아버지가 아프시니 떠들썩하게 소란을 피울 수 없었던 것이다.
까만 큰 시루에 떡을 하고
나는 다홍 치마에 노랑 저고리를 입었다.
시집가는 처녀가 함 받을 때 입는 옷이라 했다.
촌스럽기는 한데 입으니 색깔이 참 곱고 예뻤다.
그날 딱 한 번 입은 다홍 치마 노랑 저고리
마지막 처녀 때 입은 옷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