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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3일 금요일, 다음 주부터 장마가 일찍 시작한다는 예보가 있어 서둘렀다. 경강선을 타고 신둔도예촌역에 내렸다. 오전 10시20분… 잠시 신변을 정리한 후 바로 역사를 나와 사방을 둘러 보았다. 역 주변은 정리되지 않아 산만하고, 옥수수, 콩 등 농작물이 자라고 있는 농토도 보였고 임시 주차장에는 차가 꽉 들어차 있었다. 고개를 들어 멀리 바라보니 거대한 산이 우뚝 솟아 있다. 북쪽으로 큰 병풍을 쳐 놓은 듯하다. 인터넷에서 보았던 주능1봉, 주능2봉, 정개산, 천덕봉, 원적산 등으로 보이는 봉우리들이 늘어서 있다.

002-1027 신둔도예촌역에서 바라본 정개산.jpg

 

역사를 뒤로 하고 큰 길로 나왔다. 이제 남정1리 마을회관을 찾아야 한다. 불과 5분 정도 걸어 마을로 들어서니 바로 마을회관이 보였다. 붉은 벽돌로 지은 2층 건물로 옥상에는 태극기와 새마을기 그리고 알 수 없는 깃발 2개가 더 보인다. 시골 마을에 오면 마을회관이나 면사무소 등에서 볼 수 있는 자연스런 풍경이다. 마을회관에는 인적이 없다. 조용하다. 마을회관을 지나 곧게 뻗은 마을 도로를 따라 걸으니 인터넷에서 소개하는 정개산샘터식당 입간판이 보인다. 입간판 뒤로 정개산 쪽으로 이어지는 마을 도로가 있고 한도요 안내석도 보인다. 그 도로 오른쪽으로 조그만 개천 너머 GS 편의점이 보여 안으로 들어갔다. 간단한 식사와 음료수를 사고 주인여자에게 정개산 들머리를 물었다. 한도요 안내석이 놓여 있는 마을 길로 따라 올라가도 되고 GS 편의점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해강전원마을 안내판이 보이는 길을 따라 가도 된다고 한다. 어느 길이 편하고 좋으냐고 물으니 해강전원마을쪽으로 가라고 한다. 계단이 있다고 했다. 내가 인터넷에서 검색한 길과는 다른 길을 안내해서 잠시 망설였지만 현지에 사는 사람이 권하는 길이니 해강전원마을 쪽 길을 택했다.

005-1035 한도요 표지석.jpg

 

006-1045 해강전원마을 입구 표지.jpg

 

5분 정도 걸어 들어왔는데 왼쪽으로 단독주택 택지개발단지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해강전원마을 입구가 보인다. 이미 분양이 끝난 해강전원주택단지는 조용하다. 강아지 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입구에는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고 외부차량은 출입절차를 밟으라는 안내문이 보인다. 차단기 옆으로 걸어 들어가니 마침 주민인 듯한 여인이 걸어 내려온다. 정개산으로 오르는 들머리를 물으니 큰 길 따라 약 500미터 가면 왼쪽으로 계단이 보인다고 한다. 인적이 드문 전원마을에 마침 한 여인이 나타나 길을 알려주어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계단은 그리 쉽게 찾아지지가 않았다. 아무런 안내 표지판도 없었고 과실수만 무성했다. 분명 과실수 사이로 계단이 있다고 했는데 찾기가 쉽지 않다. 다시 올라온 길을 되돌아 내려가며 자세히 과실주 사이를 살폈다. 블록으로 만든 계단이 보였다. 과실수 밑으로 허리 굽혀 걸어 들어갔다. 계단에 첫발을 디뎠다. 들머리가 너무 허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올 때는 한도요 안내석이 있는 마을길을 따라 올라가기로 마음먹었다.

정개산 들머리를 어렵게 찾아냈다.

초입 산길은 좁고 사람 다닌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마음 한구석에 이 길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다행히 갈림길은 없고 점점 가팔라졌다. 가끔은 밧줄이 나타났다. 인적이 드문 산길이어서 불현듯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새로운 산을 오른다는 기대감과 호기심에 마음은 가벼웠다. 오전 시간이어서 해를 등지고 오르다 보니 땀이 비오 듯한다. 스틱 자국 하나 보이지 않고 낙엽은 사람이 밟은 흔적이 없다. 그렇게 25분 정도 올라 임도(걷고 싶은 둘레길)를 만났다. 폭 6미터 정도의 넓은 길이다. 좁은 산길을 걸어 오르다가 넓은 임도를 만나니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하다. 잠시 벤치에 앉아 목도 축이고 시원한 바람도 맞아 본다. 임도에도 사람이 없다. 산악자전거를 탄 사람이 바람과 같이 지나가고는 다시 조용하다. 내가 준비해간 자료에 의하면 이 곳에서 왼쪽으로 조금 가면 범바위약수터가 나온다. 사진으로 본 범바위약수터에는 안내판, 이정표 등 다양한 정보가 있었다.

010-1134 남정리 삼거리 표지목에서 기념촬영.jpg

015-1149 정개산 등산로 들머리 표지판.jpg

 

걷고싶은둘레길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휴식…

불과 5분도 걷지 않아 범바위약수터에 도착한다. 안내도, 신둔도자기의 유래가 적힌 안내판, 정개산 등산로 들머리 표지판 등을 카메라에 담고 들머리의 계단을 올라간다. 이제 주능선으로 올라가면 산행이 조금은 쉬워질 수 있다는 기대를 해 본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수많은 계단이 전개된다. 숲에 가려 능선은 보이질 않고 하늘도 보이질 않는다. 다만 목제 계단만이 길을 가르치고 있다. 입을 꾹 다물고 차근차근 한 계단씩 밟고 오른다. 끝은 있게 마련이다. 약 15분 씨름을 하고 나니 주능1봉에 도착한다. 이 주능1봉은 3번 국도 상에 있는 넋고개에서 정개산으로 가는 능선 중에 제일 먼저 만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같다. 특별히 솟아 있거나 전망이 좋은 자리도 아닌데 그냥 붙여진 이름인 것 같다. 표지목이 서 있고 동원대학교까지 1.27km, 정개산 정상까지는 1.42km로 표시되어 있다. 천덕봉까지 5.4km, 원적산정상까지 6.4km, 영원사까지 8.07km, 산수유마을(도림리)까지 8.77km…

018-1204 주능선과 만난 주능제1봉.jpg

019-1216 주능선의 소나무 군락지.jpg

앵자지맥 주능선은 다른 산 주능선과 품격이 다르다. 오르내리막을 불문하고 소나무의 행진이다. 소나무 향기가 기분을 업시킨다. 
기운이 절로 솟고 기분이 상쾌하다. 

 

범바위약수터에서 주능1봉까지는 목제계단 오르막

주능선길은 다른 산의 능선길과 다를 바 없다. 정개산 정상까지 몇 번을 오르고 내린다. 어렵게 올라왔는데 다시 내려가려면 싫다. 힘들여 오른 것이 아깝다. 내려가면 다시 올라야 하는 것이 산행이다. 그래서 발을 얼른 떼지 못하고 조금 더 쉬려고 한다. 이제까지 산행을 하면서 임도에서 산악자전거 타고 바람과 같이 사라진 사람 말고 한 사람도 만나질 못했다. 그야말로 비대면 등산이다. 아무리 주중 등산이고 서울근교 산이 아니라 해도 등산객이 이렇게 없을 수는 없다. 전철로 접근이 가능한 들머리가 있다는 것은 등산객에게는 매력 포인트 중에 하나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등산객들이 찾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 내가 느낀 정개산 주능선길은 다른 산의 주능선과 달리 소나무가 많아서 운치가 좋다. 산의 품격이 높아 보인다. 양 옆은 심한 비탈이다. 심하게 표현하면 칼날 위를 걷는 기분이다. 조금만 가면 정개산 정상이다. 전화벨이 울린다. 아내에게서 전화다. 정상에 도착할 시간인데 정상기념사진이 오지 않아 궁금했단다. 아내는 정개산을 나 혼자 간다고 하니 은근히 걱정했던 모양이다. 자기 친정 동생과 같이 갔으면 했는데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성질 급한 내가 혼자라도 간다고 하니 막지도 못하고 걱정만 했던 것 같다. 전화를 끊고 오르막을 조금 오르니 바로 정개산 정상이다. 주능1봉에서부터 약 한 시간 걸렸다. 거리는 1.42km이다.

주능1봉에서 한 시간 걸어 정개산 정상에 오르다…

정개산 정상은 정말 좁다. 정상석 하나 달랑 서 있고 잘 다듬어지지 않은 바위들이 있어 편히 앉을 자리도 없다. 궁뎅이 하나 붙일 곳이 없다. 이천시 쪽으로 전망이 틔어 있을 뿐 곤지암 쪽은 숲에 가려 볼 수가 없다. 멀리 원적상 정상이 보인다. 바람은 시원하다. 너른 여주 평야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이 산맥에 막혀 위로 올라오며 숲향기를 품고 가속이 붙어 시원하다. 그러나 정상은 시야가 좁고 볼 품이 없다. 탁 트인 맛이 없다. 아마도 이런 점이 등산객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것일까? 정상석이 있는 곳에서 아래로 내려오니 벤치도 있는 넓은 공간이 있다. 그 곳에서 편의점에서 사온 삼각김밥을 먹고 음료수를 마셨다. 아내에게 사진도 보냈다. 이곳에서 남정리 마을사람들이 2년에 한 번씩 산신제를 지낸다고 한다. 과부인 암 호랑이 산신령에게 잘 생긴 수소를 제물로 바치고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지난 한국전쟁 때 마을에서는 한 명의 희생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024-1308 정개산 정상 기념촬영.jpg

정상은 좁고 볼품이 없다. 이곳에서 격년으로 산신제를 지낸다고 하는데 좁아서 많은 사람이 참석하기에 부적합하다. 

 

027-1327 이천시 전경.jpg

정상에서 바라본 이천 평야... 예부터 이천에는 양질의 쌀이 생산되어 임금님에게 진상하였다고 한다. 평야에서 부는 바람이 앵자지맥과 마주치며 숲내음을 듬뿍 품고 정상으로 불어 오른다. 시원하다. 바람 맛이 좋다...

 

029-1330 원적산 원경(앵자지맥).jpg

                                  왼쪽으로 바라보니 천덕봉과 원적산이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다음에 오를 산들이다. 

 

정개산 정상에서 간단한 오찬을 즐기다…

하산이다. 조금 전 올라올 때 남정리로 내려가는 삼거리를 지나면서 팻말을 사진기에 담아 뒀었다. 외줄기 주능선을 따라 걷는 산길이라 길을 잃을 염려는 전혀 없다. 다만 참고하기 위해 찍어 두었다. 신둔도예촌역까지 3km로 적혀 있다. 그 길을 택했다. 올라올 때와는 다른 길이다. 내 생각에는 내려가다 보면 걷고싶은둘레길(임도)과 만날 것이다. 역시 등산객이 뜸한 길이라 산길이 깨끗하다. 더군다나 며칠 전 비가 와서 산길은 더욱 깨끗하다. 가끔 거미줄이 얼굴에 감긴다. 사람이 다니지 않았다는 증거다. 하행길의 속도는 빠르다. 그렇다고 달릴 수 있는 길은 아니다. 얼마 걷지 않아 임도를 만난다. 예상했던 대로다. 임도 건너편으로 표지목이 서 있는데 남정리까지 0.6km가 남아 있다고 한다. 조금 전 올라올 때의 갈림길과는 다른 삼거리이다. 새로운 길로 내려가 보고 싶은 호기심이 작동한다. 갈은 넓은데 잡초가 무성한 것으로 보아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은 듯하다. 10분도 걷지 않았는데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이면서 마을이 나타난다.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보인다. 남정리에 들어선 것이다. 그런데 마을 풍경이 들머리가 있던 마을 풍경과 매우 다르다. 고급 전원주택이 들어서 있고 조금 더 내려가니 중소 공장들이 나타나는데 조업은 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공장이 조용하다. 아스팔트 위를 걷는데 그야말로 그늘이 없다. 뙤약볕 아래를 십 여분 걸어 아침에 만났던 GS 편의점이 나타난다. 임도 남정리 갈림길 푯말에서 염불선원 옆 도로를 따라 내려와 큰 길과 만난 것이다. 아침에 들어섰던 해강정원마을 입구를 지나 더 동쪽으로 하산한 것이다. 처남이 그 길은 덥고 지루하니 가지 말라던 길로 내려온 것이다. 신둔도예촌역에 도착하니 오후 3시18분이다.

012-1143 안내도 (2).jpg

               오늘 오른 정개산은 전체 앵자지맥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정개산부터 원적산까지 여러번에 걸쳐 산행을 할 예정이다. 

 

그늘 하나 없는 뙤약볕 하산길로 내려오다…

얼른 역사 안으로 들어섰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고 싶었다. 대합실 의자에 앉으니 오히려 땀이 더 쏟아진다. 수건으로 연신 닦아내는데도 한없이 흘러내린다. 화장실에서 세면과 세수를 했다. 조금 낳아진다. 스마트폰의 앱들을 껐다. 내가 산에 갈 때마다 즐겨 쓰는 ‘산길샘’과 동영상 앱인 ‘ReLive’다. ‘산길샘’의 산행통계를 보니;
10시 25분에 신둔도예촌역을 출발하여 다시 돌아온 시각이 오후 15시18분으로 4시간52분이 소요되었다. 물론 이 시간은 휴식시간 1시간 22분이 포함된 시간이다. 휴식시간을 제외한 순수 이동시간은 3시간 29분으로 적당한 시간을 걸었다. 운행거리는 오르내림을 포함한 총 7.39km, 평균속도 시속 2.05km로 이 또한 준수한 기록이다. 좀처럼 땀이 식지 않는다. 대합실 의자에 한참 앉아서 땀을 식힌다. 판교 행 전철이 여러 번 지나갔다. 땀이 식고 윗도리도 어느 정도 말랐다. 전철에 올랐다. 집에 들어오니 아내가 “신둔도예촌역에서 한 시간 걸렸네”하며 반긴다. 무사히 돌아온 것을 내심 반기는 기색이다.

 

20230623-1523 정개산(이천) 산행통계.jpg

       오늘 산행 기록이다. 현대문명은 우리를 즐겁게 해 준다. 오늘의 통계는 다음 산행에 도움을 준다. 

오늘도 무사히 산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까지 큰 무리없이 산행할 수 있음은 오직 도와주시는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