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을 걸어 용문사에서 한 낮을 보냈다.
며칠 전 사전투표를 마친 홀가분한 마음으로
맑은 공기속에서 우리를 되돌아 본 하루였다.
오랜 세월을 두고 세상사를 지켜본 '용문사 은행나무'는
해질 녘 노을처럼 아름다운 추억의 한 갈래다.
이제는 대학시절, 군대 시절 그리고 그 많은 우리의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마의 태자의 전설이 새겨진 은행나무를 보니 김동리 작가의
“歸去來行”의 한 句節이 생각난다.
“故鄕은 古墳의
千年 古都
어제 바람이 오늘 불고
저승이 이승을 이기는 곳“
龍門寺는 바로 그런 곳이다.
불어 드는 바람에 풍경소리 한가롭고 길 따라 흐르는 냇물이
“술 한 잔 하시지요“ 라고 권주가를 부르는 듯하다.